마음 밭에 피우는 삶의 향기-(18)
마음 밭에 피우는 삶의 향기-(18)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8.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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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부/시인·수필가

복날 오후 산책길 

 
  
한줄기 소나기 뿌린
집 가까운 산책 길
한 낮 찜통 무더위
습한 열기를 품고서
숲속 외진 길
이리저리 맴돌다가
한 줄기 바람을 몰고 와
미소 머금고 살포시 안긴다
 
막바지 아쉬움 달래려
핏대 세운 매미의 합창 
제 짝을 찾아 울부짖는
애절한 노랫소리 애간장 녹이고
못들은 척 외면하며 묘한 상상에
어깨춤 절로 들썩 장단을 맞춘다 
 
우리네 인생
장거리 마라톤이라 했어도
삼 복 더위에 지친 생명에
새로운 삶의 기운
솔솔 불어넣는 여유
호사스런 사치는 아닐지언정
왠지 홀로 대자연 품 속 사랑
횡재하는 듯이 하여 못내 쑥스럽다. 
 
 
청춘 남녀 생명의 불꽃 연애(戀愛) 
 
연애에 의해서 어느 한 사람의 인간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애정이 진실하다면 생애의 고락을 함께 하는 결혼으로의 길이 열리기도 한다. 연애는 행복한 결혼에 대한 진실을 시험하는 엄숙하고 고차원적인 각본 없는 연출이며 드라마다. 서로 내면의 세계를 열어 보이는 꾸밈없는 생명의 예술이며 시련의 행위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아름다운 연애란 우선 영원히 변치 않는 깊은 애정과 우정에 감사여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찰나주의적(刹那主義的) 또는 감정의 충동대로 그 순간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랑이야말로 방탕한 연애를 추구하는 연애지상주의(戀愛至上主義)이며, 인생의 일시적인 쾌락과 만족을 위한 환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연애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과 사이가 나빠지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으며 매사에 무책임한 자세로 되어버린다면 그 연애는 진짜가 아니다. 사랑을 하기 때문에 생명이 더욱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게 약동하여 일상의 주어진 일에도 의욕이 치솟는 충실감이 느껴져서 주변 사람들로 부터도 믿음과 친근감을 갖게 된다면 그 사랑은 진짜라고 생각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랑에 빠져서 자기를 상실해 버리는가, 아니면 자기를 엄정하게 객관시(客觀視)하면서 사랑을 끝까지 살려갈 수 있는가가 참으로 중요하다. 연애라는 활주로를 거쳐서 결혼이라는 상공으로 이륙(離陸)하여, 상승(上昇) 고도 안착의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의 격동(激動)은 긴 인생행로의 스타트이다. 앞날에 어떠한 폭풍우나 난기류가 있더라도 끄떡도 없을 정도의 기체정비를 서로 이륙하기 전에 단단히 두 사람의 힘으로 해 두었으면 한다.
 
연애가 서로의 애정을 굳히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것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맹목(盲目)적인 사랑이 격렬하게 불타오르면 몸과 마음을 망칠 위험도 되돌아보지 않게 된다. 자신과 상대방을 냉정하게 지켜보는 여유 같은 것을 잊어버리고 감정에 치우치고 마는 것이 통례인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 맹목적인 연애의 순수함을 특별히 찬미하는 풍조(風潮)도 특히 드라마나 문학의 세계에는 강하다. 진실한 연애라면 미래에 행복한 열매를 맺을 희망이 없으면 안 된다. 장래를 지향한 밝은 건설이며 전진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애 그 자체가 서로 상응하는 가치관을 지향하고 현실에 굳건히 발을 내디딘 현명함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라고 불리는 존재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살고 있는 이상 거기에는 사랑의 파동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희망이 있고 기쁨이 있고 또한 고뇌와 슬픔도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란 말하자면 살아있는 증거인 것이다. 사랑은 결코 과거의 것도 현재의 찰나만의 것도 아니다. 미래를 향하여 영원히 행복의 성(城)을 쌓아가는 가업(家業)이라는 생각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믿음이 없는 사랑은 경박한 사랑이며, 창조성이 없는 사랑은 맹목적 사랑에 불가하다.
 
연애는 나이를 불문하고 신성한 생명의 발로이며 아름다운 인생의 꽃이다. 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인생에 있어서 연애는 단순한 열병(熱病)과 같은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감정에만 지배되어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은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철없는 어린애와 같은 것이다. 순수한 애정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러나 어리석음과 취약함도 거기에는 공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정을 짓밟혀서 불행에 우는 청춘 남녀가 얼마나 많은가. 그 누구도 그러한 애통하고 불행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결혼은 결혼, 연애는 연애라고 구별해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에 찬성하고 싶지 않다. 연애는 어디가지나 결혼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과 분리되어 버린 연애는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으며 서로 애정이 식으면 결혼도 살벌한 고난의 생활이 되어 버릴 뿐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결혼은 가령 연애가 아름다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도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감싸 주며, 서로 존재의 특성을 인정하고 지켜감으로써 지속적으로 영위되어 가는 것임을 깨달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껏 자라고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서로 달라 당연히 오해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꿈과 희망은 단단히 두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미래를 응시하는 올바른 눈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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