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상실한 원자력안전위윈회
객관성 상실한 원자력안전위윈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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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지난 10월 25일 ‘원자력안전위윈회(이하 위원회)’를 출범하기 위한 공청회가 무산 되었다. 지역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공청회를 무산시킨 이유는 아주 간명하다. 위원회가 핵산업을 추진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위원회가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타당한 근거를 기준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성과 위험성을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수치를 함부로 조작하거나, 위원회가 기준치를 마음대로 조정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기대는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전제로 한다.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가 “객관적”일 것. 위원회의 판단이 “객관적” 일 것.

그러나 우리가 어떠한 활동과 그 결과물이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는, 단순히 수치적 데이터가 얼마나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나타났는가 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우리가 ‘과학’이라 믿는 대부분의 ‘사실’들은 역사적 발전의 시기, 과학자 공동체, 정치권력 구조, 국가적 목표, 심지어 개인의 가치관과 도덕 등의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역사적 시기나 사회, 개인에 따라 ‘과학적 사실’이 서로 달라진다는 말이다.

당연히 우리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그래서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하는 수많은 노력들을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과학자들이 하는 수많은 실험들이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 똑같이 행해지도라도 같은 실험실 조건 하에서는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시실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핵발전소와 같이 위험한 시설의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법 역시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핵발전소를 수입하려는 국가가 있다. 그러나 그 나라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는 국가가 심각한 경제위기를 지금 겪고 있고, 그 정부가 핵발전소의 수출만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양 국가 간에 오고가는 안전성에 대한 객관성은 단순한 수치 데이터 그 이상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설계수명이 다 한 핵발전소가 있다. 폐로 기술이 아직 확보되어 있지 못하고, 폐로를 위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핵산업을 통해 이해관계를 형성 하고 있는 집단의 안전성 평가는 다른 사회적 기준을 고려해 넣지 않는다면 그것의 객관적 지위는 영원히 확보될 수 없다.

이는 핵산업 전체와 관련해서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가 핵산업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전체가 핵산업계의 이해관계에 강하게 연결되어있고 의존해 있다면, 이 나라 정부는 지금의 이 자료가 앞으로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 핵발전소의 안전성은 지금의 이 연구와 활동들이 향후 지역사회와 국가, 미래세대, 자연과 맺는 관계들로 분석되지 않는다면 절대 객관성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공청해가 무산된 이유가 너무나 타당해진다.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심사하기 위해서는 ‘외부자의 시선’에서, 핵산업을 지지하고 핵산업계의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안전성에 대한 ‘가치중립적’이며, ‘공정’하고, ‘냉정’한 객관적 평가는 최소한 핵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 자체로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위원회에 위원장은 그동안 핵산업의 확대에 매진해왔던 인물이며 부위원장 역시 발전소 건설 업체 출신으로 핵산업계의 이해관계에 심각히 얽혀 있는 인물이다. 즉, ‘외부자의 시선’에서 객관성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 최소한의 객관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원자력위원회가 과연 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줄 수 있을까. 나는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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