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일의 濯足處(탁족처) 산청 대원사계곡
한국 제일의 濯足處(탁족처) 산청 대원사계곡
  • 산청/정도정기자
  • 승인 2015.09.03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이면 시원한 피서지·가을이면 단풍구경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대원사계곡은 지리산의 동쪽 기슭에서 발원한 계류가 암석을 다듬으며 흘러내린다.


여름이면 시원한 피서지로, 가을이면 단풍구경과 옛 화전 밭에서 나는 유평 꿀 사과의 향기도 느낄 수 있는 등 사계절 내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웅장한 숲과 깊은 계곡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대원사 계곡 따라 흐르는 물은 지리산 청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대원사 계곡을 일컬어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그고 나뭇가지 사이로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며 남한 제일의 탁족처(濯足處)로 꼽았을 정도다.

지리산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 재와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로 해서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한 이 계곡은 기암괴석을 감도는 계곡의 옥류 소리, 울창한 송림과 활엽수림을 스치는 바람 소리, 산새들의 우짖는 소리가 어우러지는 대자연의 합창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대원사(大源寺)는 신라 진흥왕 9년(546년)에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돼 오랜 역사 속에 소실과 복원을 거듭하다 1955년 범일화상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오늘날 모습을 갖춘 비구니 사찰로서 지리산 동쪽 자락에 닿아 예스러움과 정갈한 산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의 대표적인 참선 도량으로 꼽힌다.

건물로는 대웅전·원통보전·응향각·산왕각·봉익루 등이 있고, 절 뒤쪽의 사리전(舍利殿)에는 비구니들이 기거하며 충남 예산의 건성암, 경남 양산의 석남사와 함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대원사 계곡에 있는 선녀탕, 세신대, 세심대, 옥녀탕 등의 지명도 대원사의 탈속한 기풍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 계곡의 깊은 맛은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에 있지 않다.

 

 

이름 모를 산새와 풀들이 낯선 이방인에게도 넉넉한 품을 내 준다. 특히 웅장한 숲을 이루는 금강송은 속세의 미련을 털고 오라는 듯 아름드리 품을 아낌없이 내 주고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진다.

대원사 계곡에서 유래한 ‘덕산 유독골’과 ‘골(계곡)로 갔다’라는 말 속에 우리 민족의 현대사와 지리산을 바라보는 백성의 심성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계곡은 골짜기가 워낙 깊다 보니 변환기 때마다 중요 피난처이자 역사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화전민이 있었던 이곳은 1862년 2월 산청군 단성면에서 시작해 진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규모로 발전한 농민항쟁에서부터 동학혁명에 이르기까지 변혁에 실패한 사람들끼리 모여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며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일본강점기에는 항일의병의 은신처가 됐고 한국전쟁에 이어 빨치산이 기승을 부릴 때는 낮에는 국군의 땅이 되고 밤에는 빨치산의 해방구가 되기도 했다.

이런 사연을 가진 대원사 계곡도 이젠 자동차로 한달음에 계곡 끝인 새재마을까지 오를 수 있으니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계곡이야 여름이면 더위를 씻어 주는 피서지이고 가을이면 단풍 구경 가는 길일뿐이다. 산청/정도정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