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골의 대성동 계곡
화개골의 대성동 계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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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지난 8월 29일 2007~2008년 하동의 자그마한 학교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직원들의 모임이 있었다. 해마다 여름방학에 1번, 겨울방학에 1번 2번씩 만나서 현재의 근황을 묻고 새롭게 정을 다지는 모임을 가져왔다. 2009년부터 모임을 했으니 거의 7년이 되었다. 전 동료직원들이 함께 하는 모임이라 모이기 힘들거라는 관념을 깨고 항상 꼭 사정이 있는 분을 빼고는 거의 다가 모여서 배구도 하고 오찬을 하면서 6개월 동안 못 나눈 이야기로 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근무하는 곳의 절경의 하나인 대성동을 찾아서 만나기로 하였다. 먼저 분교에서 만나 차의 대수를 줄이고 의신부락까지 가기로 하였다. 10시에 분교에서 모이기로 하여서 마침 토요근무로 와계시는 최선생님의 협조를 받아 차를 한잔씩 하면서 10여명의 오실 분들 다 오실 때까지 이런 저런 얘기로 기다렸다. 11시쯤 다 오셔서 차량을 2대에 나눠타고 의신부락에 갔다. 차량을 동네분에게 말씀드려서 빈 터에 주차를 하고 대성동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걸었다. 동네의 골목을 올라 주민이 사는 집의 마당 앞을 지나니 산에서 내려오는 자그마한 골짜기 물이 시원스레 우리를 맞이한다.


차량이 올라갈 수 있도록 포장을 한 길을 조금씩 따라서 오르니 어느새 차량은 못가게 하고 사람만 갈 수 있는 길이 우리를 막아선다. 한 줄로 서서 올라야 한다. 동네를 벗어나니 아래로 동네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정돈되어 앉아 있다. 우거진 숲 속의 다양한 나무들이 푸르른 향기로 우리몸을 더듬으며 기운을 북돋운다. 길 바닥엔 종종 도토리들이 떨어져서 나뒹굴고 첩첩이 포개지는 산 자락들이 눈 앞에 펼쳐져서 산 골임을 알게 한다. 언덕 몇 개를 넘어서니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여름철이 가는 것이 아쉬운 듯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50여분을 걸어서 올라서니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서서 맞이하고 밑에는 손길이 가지 않아 여러 작물들과 함께 잡초들이 그득한 밭들도 있다.

드디어 2채의 식당이 있는 대성동에 도착하였다. 먹어도 좋다는 문구가 적힌 아래 콸콸 쏟아지는 물을 시원스레 목을 축인다. 예약을 한 식당에는 시원한 곳에 차려진 상이 있어 앉기도 하고 밑에 있는 계곡물에 손을 담그기 위해 다녀오는 동료직원들이 있다. 조금 기다리니 산골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산나물들의 반찬이 갖가지 나오고, 먹음직스러운 닭백숙 2마리가 오른다. 갖가지 한약재를 넣어서 요리한 것이라서인지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음식을 요리한 여자 사장님을 보면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보다 더 예쁘다는 등 칭찬이 자자하다. 하기야 여자 사장님은 경기도에서 살다가 지리산 등반을 하고 내려오다 지리산에 반해서 지금의 남편과 함께 결혼해서 여기서 사는 특이한 분이다. 분교의 학부모로써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아래에 있는 의신부락의 마을에서도 부녀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시다. 안주가 좋은데 그냥 입맛을 다실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막걸리를 주문하니 양푼이 잔에다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를 내온다. 모두들 막걸리 한잔을 나누니 막걸리 맛이 정말 좋다고 기분을 돋군다. 조금 있으니 오리 한 마리를 다시 내오니 그 것 또한 맛이 기똥차다. 실은 내가 닭을 잘 먹지 않는 것을 알고 예약을 할 때 여자 사장님이 오리를 한 마리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6개월에 1번 만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들의 동료직원들인데 산 속의 숲과 계곡물을 옆에 두고 만찬을 하니 얼마나 화기애애 할 것인가?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젖다가 저녁에 만날 약속 시간이 생각나서 일찍 일어날 것을 재촉하니 모두들 아쉬운 마음을 담고 일어선다. 다시 온 길을 되돌아 나오니 오늘의 만남이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대성동은 내가 본교에 부임을 하고 나서 두번째의 방문이다. 처음은 작년 11월 초로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교직원들의 체육연수를 학교에서만 하던 것을 마을의 곳곳을 알기 위한 연수로 한 달에 1번 정도는 하기로 한 것이 제일 먼저 택한 곳이었다. 산 속의 나무들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고 그 모습 따라 계곡물도 흘러 가던 모습이었는데 올해의 방문은 늦은 여름철이라 푸른 숲과 여름의 맑은 계곡물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기에다가 매미소리가 유난히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화개골하면 골골이 아름답고 흐르는 맑은 물이 마음을 씻어내는 곳이다. 신라의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도 칭찬하고 노닐던 곳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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