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보다 더 빨리 사라져가는 청년자원
석유보다 더 빨리 사라져가는 청년자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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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인류에게 에너지 고갈은 언제나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져 왔다. 1881년 유명한 과학자였던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은 당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의 고갈을 두려워하면서 “재앙이 멀지 않았다. 석탄이 다 떨어지면 영국의 시대는 끝나고, 풍차가 다시 득세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에 석유와 천연가스 등 새로운 자원이 등장하면서 세계 경제는 톰슨이 우려했던 재앙이 아닌 호황을 누렸다. 한 세기 뒤인 1957년에는 원자력 에너지 이용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하이먼 리코버(Hyman Rickover)가 2000년을 고비로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2000년이 되자 원유 생산량이 1957년보다 무려 다섯 배나 늘어나면서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석유생산량이 정점을 기록한 뒤 곧 고갈될 것이라는 이른바 ‘오일 피크(Oil Peak)’주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세계피크오일연구협회(ASPO: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eak Oil and gas)의 창설자이자 회장인 콜린 캠벨(Collin Campbell)로, 그는 1980년대부터 세계 석유자원이 곧 오일 피그에 도달해 매장량이 빠르게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번번이 빗나가, 1989년 이후 지금까지 다섯 번에 걸쳐 오일 피크 예상시기를 수정해왔다. 상당수 석유전문가들은 2020년을 전후해 석유 생산량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석유 채굴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과연 이 예측이 맞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예측이 맞아 들어간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오일 샌드(oil sand)다. 이것은 말 그대로 ‘기름이 섞여 있는 모래나 암석’으로, 1875년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탓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미만일 때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50달러를 넘어선 이후부터는 채산성이 높아져 최근에는 석유를 대체할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일 샌드보다 더 풍부한 미래 에너지원은 셰일 가스(shale gas)라 할 수 있다. 셰일 가스는 전통적인 일반 천연가스보다 더 깊은 지하 퇴적암 셰일층에 존재하는 매장량이 많은 천연가스인데, 이전에는 높은 채굴비 때문에 개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생산단가가 크게 낮아진 데다 유가도 크게 높아지면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석유를 대체할 자원으로는 최근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도 있다. 즉 이러한 자원들은 기술의 개발로 새로운 자원들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결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바로 미래경제를 짊어질 청년들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유도 철광석도 대체에너지도 아닌 ‘청년’이 될 것이다. 14세기 유럽에서 농노(農奴)를 희소한 자원으로 만들었던 것은 흑사병(黑死病)이었지만, 오늘날 21세기 청년인구를 줄이는 흑사병은 다름 아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면서 미래세대의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40년간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4.5명에서 2.5명으로 매우 급속히 감소했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이후 600여 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인구증가율이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토록 떨어진 적은 없었다.

현재 젊은 세대의 고갈 속도는 천연자원의 고갈 속도보다 빠른 데다. 인적자원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젊은이들이 사라지면 노동력뿐 아니라 소비시장까지 동시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청년인구가 줄어들면 제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래세대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 지키고 보호한 나라만이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젊은 세대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노동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뛰어난 청년인재들은 세계 곳곳으로 옮겨 다니게 될 것이다.

젊은 세대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나라는 쇠락의 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정책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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