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개혁 바람은 순풍인가?
대학의 개혁 바람은 순풍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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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

대학은 또다시 개혁의 바람이 불어온다. 학력 인구의 변화 추이를 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대학 정원이 고교졸업자를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대비한 정원 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올해는 4월부터 교육부가 제시한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과 ‘인문학진흥 종합방안’의 지원 사업으로 또다시 개혁의 폭풍이 일고 있다.


지원 자금 규모나 요구 방향이 이제까지의 사업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대학 구성원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학과 통폐합, 학문간 융복합, 학과 구조 개편, 정원 조정을 산업 수요 중심으로 개편하는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겠다는 예고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4개월이 지났지만, 사업의 주도권을 진 교육부는 추경 예산 논의로 사업 예산 협의가 늦어지고 있고, 전문가들의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져 가고 있다. 기본 계획 발표 일정에서부터 세부 전공별 장기 인력 수급 전망, 사업 추진 세부 내용 등이 줄줄이 늦추어지고 있지만, 피해갈 수 없는 변화의 바람이기에 대비책 마련에 오늘도 교정의 여기저기에서는 생존을 위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교육부의 정책은 장기적 안목이 부족해 실패를 거듭해 왔다고 지적을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자의 휘두름에 약자는 피하거나 죽거나 해야 한다. 지난 10년 정도를 돌아보면 나의 소속만 보아도 수차례 바뀌었다. 산업대가 일반대로 전환했고, 공학 분야를 싫어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명칭도 바꾸어 보았다. 학과를 학부제로 바꾸라 했더니 다시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학부를 다시 학과로 바꾸었다. 학생 모집이 힘든 학과는 명칭을 바꾸거나 폐과를 단행하고, 소속 교수는 사표를 쓰거나 단기간에 새로운 전공 공부를 마쳐 다시 교단에 서야 했다.

서울에 소재한 주요 명문 대학들은 교육부의 바램과는 달리 대학 특성화 사업 지원금과 정원 감축으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분 등 불이익을 고려하여 참여를 하지 않았고, 지난 몇 년 동안 분교 캠퍼스를 조성하는 등 오히려 정원을 늘렸다. 학교 서열은 빈익빈부익부를 가속화 시켰고, 부모들의 명문대 진학 욕심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교육이라고 다르겠는가? 교육 잘 하고, 취업 잘 시키는 대학은 학생들이 알아서 선택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과연 대학 서열은 바꿀 수 있을까? 학연, 지연을 뿌리 뽑고 능력 위주의 인력 채용을 하겠다던 회사는 어느 정도 변화했을까?

지방 대학들은 생존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을 받아 잘 가르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대학의 현실은 열악하다. 학생의 수준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취업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해진 수업 이외에 개별 지도에 교수들은 개인 시간을 할애한다. 대학 평가의 주요한 잣대 중 하나였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4대 보험에 가입된 업체에만 취업하도록 유도했다.

학연이 아니라 자기 실력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 취업 할 수 있는 세상이라 강조해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언제 오는가?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대학 구조 개혁을 통해 바꿀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학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적 자원을 통해 학문 연구와 교육, 공부하고자 하는 자유가 모두 보장되도록 하는게 목적’이라는 이번 프라임 사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려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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