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미소
그의 미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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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그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을 오랜만에 보니 나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웃는 모습이 압권인 사람은 또한 웃기도 자주 할 것이다. 그가 그랬다. 입만 벌려도 웃는 모습인 사람이다. 웃는 모습이 참 소탈하고 소박해서 보는 사람조차 기분 좋게 해준다. 그런 그가 특히 요 몇 달 동안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했다. 다시는 그의 밝은 모습을 못 보는 줄 알고 내심 걱정했는데 선고유예로 풀려났으니 불행중 다행이다.


처음 그가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왔을 때 그의 고난이 예견되어 기쁘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개인적으로 그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는데도. 그리고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 걱정과 회의하는 저변에는 그가 꼭 승리해서 기승을 부리는 부조리와 무자비가 판을 치는 현실을 타파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무엇이든지 너무 간절하면 불안한 마음도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나는 불안하면 할수록 더욱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 비록 나는 서울 사람은 아니지만 트윗이나 블로그를 통해 그의 지지를 호소했다.

나와 같이 내놓을 것 없는 서민들의 그에 대한 지지는 정말이지 눈물겨웠다. 그도 그것을 알고 눈물겹게 승리를 위해 뛰고 뛰었다. 그의 아들들도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니 믿고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아들들이 직접 만든 듯한 포스트를 통해 나는 그의 아들들을 처음 알았다. “우리 아빠 조희연을 도와주세요” 라는 호소를 적은 포스터를 들고 그의 아들들이 웃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든지. 우리 아빠가 잘났다고도 아니고 우리 아빠 최고도 아니고 단지 우리 아빠를 도와 달라고 하는 아들들의 마음을 읽었을 때 앞뒤 생각없이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물만이 흘렀다.

자식 있는 사람은 다 내 마음과 비슷했을 것이다.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자식 앞에 철천지 원수가 아니라면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나는 트윗으로 그의 아들들의 소식을 마구 퍼뜨렸다. 우리 트위터들도 마음이 비슷했던지 거의 모두 그를 지지했다. 그와 그 아들들 덕분에 선거는 전국적 축제가 될 수 있었다. 비로소 선거가 즐거운 국민의 잔치판이 되었다.

크고 작은 많은 방해가 있었지만 그는 끝내 승리했다. 그는 취임 즉시 '특권학교' 폐지와 일반고를 활성화 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등 서울의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서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서울이 바뀌면 다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그런 혁신의 영향은 바로 전국적으로 파급되었다. 국민들 중에서도 서민들은 정말이지 신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선거 당시 그가 한 말을 꼬투리 잡아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우리 서민들은 절망도 못하고 황당했다. 이제 겨우 서민을 위한 교육이 시작되려나 하고 기대하고 있는데 당국과 정부는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게다가 그의 경쟁자도 아주 유사한 말 실수를 했음에도 그만 잡아넣었다. 무슨 이런 불공평한 경우가 다 있는지, 우리 서민은 생각할수록 황당하고 억울했다. 진짜 서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잡아넣었으니 결국 서민을 괴롭히는 당국이요 정부일까, 하고 우리는 의아하기까지 했다. 말로는 국민보고는 노력하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고 ‘노오력’만 하라고 하면서 노력하면 대통령도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바꾸려는 사람은 다 잡아넣는단 말이지. 천재일우로 나오는 개천의 용도 이제는 씨를 말리기 위해 개천 자체를 해제시키자는 수작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서민은 너무 서럽다.

서럽고 황당해서 무기력해질 무렵 그가 활짝 웃으며 법원을 나왔다. 우리도 활짝 웃었다. 그리고 또 남몰래 울었다. 서러워서! 그렇게 부자들의 온갖 방해를 뚫고 어렵게 승리를 쥐었는데 이제는 이름도 이상한 '당국'이 그가 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을 방해하니까. 그러나 이제 눈물을 거두고 씩씩해져야 되는 때다. 그는 이제 서울시의 교육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교육감이나 마찬가지다. 악은 많아도 일선에 못 이긴다고 했다. 많은 난관을 뚫고 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서민을 위한 교육혁신에도 필히 승리하시길 간절히 빈다.

우리 서민들도 이제야말로 용기를 갖고 신바람을 깃발로 펄펄 날리며 그를 지지해야 한다. 그를 응원해야 한다. 누구는 트윗으로 누구는 블로그로 또한 누구는 현장에서 잘하는 건 잘한다고 칭찬해서 연대해나가야 한다. 누군가 우리 서민을 위해 잘 못하는 일이 있으면 철저히 따지고 속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속는 것도 버릇이다. 버릇도 실패하는 버릇이다. 싯다르타라는 부처도 설파했다. 악에 동조하고 속으면 그 악과 함께 무간지옥에 떨어진다 했다. 눈 부릅 뜨고 올바른 사람들끼리 연대해야 한다. 한번밖에 없는 내 인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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