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茶道), 다례(茶禮)
다도(茶道), 다례(茶禮)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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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내가 아침으로 출근을 하는 하동 화개는 봄이면 벚꽃으로 유명하고 벚꽃이 지고 나면 야생녹차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비탈과 논밭의 대부분이 차밭으로 이루어져 있어 차향이 온 골에 흐르는 곳으로 무농약의 청정지역이다. 고운 선생님이 찾았던 곳, 서산대사가 출가한 곳으로 산수가 수려한 것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어 중국의 시진평 주석이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를 인용해서 ‘호리병 속의 별천지’ [화개동천]이라고 읊은 아름다운 곳이 아니던가! 또한 쌍계사가 유명해진 것의 하나로 초의선사가 처음으로 차를 가져와 다도를 퍼트린 곳이라고도 하니 유래 깊고 역사가 있는 차의 고장이기도 한 곳이다.


9월 4일 본교의 학생 9명과 분교의 학생 7명 그리고 학부형 약간과 교직원들은 새벽같이 서울로 버스를 타고 향했다. 국회에서 세계여성장애인 대회에 시연과 들차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5시 20분에 버스를 타고 오수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달려서 간 국회 광장에는 많은 행사시설물들과 수공예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고, 들차를 할 수 있도록 자리가 배정되어 있었다. 분교 아이들은 다례 사범님들의 지도를 받아서 들차의 준비를 하고 본교 아이들은 국회회관의 대강당에서 있을 식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사전 연습을 하러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분교의 아이들은 녹차를 우린 차를 다른 분들한테 정성껏 드리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오후 1시 30분 쯤 우리는 다시 대강당으로 갔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한복을 차려입은 본교 9명의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시연하는 다례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물론 그것을 보시기 위해 오신 하동 군수님의 칭찬은 말할 것도 없다. 본교의 아이들이 시연을 하는 동안 분교 아이들은 다시 그 자리에 참석하신 세계 여러 나라들의 귀빈들을 모시고 차를 들이고 있었다. 많은 박수갈채 속에 우리 아이들은 차를 들이는 시연을 마쳤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와서 펼친 시연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었고 알찬 추억이 될 것이다. 모두들 하나가 되어 펼치는 시연을 보면서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학교의 특색은 다례교육이다. 학교 밖 고장이 야생녹차로 유명한 곳으로 학교도 야생녹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학교는 고장의 자랑이자 특색인 야생녹차를 이용한 것으로써 다례교육을 통해서 심성교육을 시켜오고 있다. 다른 학교에는 보기 드문 다례실을 갖추고 동아리 활동으로 다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학급마다 다례도구를 갖추어 놓고 일주일에 1회 이상 아침 시간을 이용해서 학급 학생들이 다례를 이용한 모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녹차를 마시는 것을 생활화함과 더불어 차를 이용한 예법으로써 인성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차를 통해서 마음가짐을 바르게 갖는 다도를 익히기 전에 다례를 통해서 다도의 기초를 몸으로 습득하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차 밭에서 찻잎을 따고 덖는 체험을 통해서 차를 만드는 방법을 체득하고, 녹차를 우려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예법을 익혀서 서로간에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나도 우리학교에 부임하기 전에는 녹차를 마시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잘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녹차를 마시게 된 것이 아직 다례법을 익혀서 잘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녹차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 다례와 다도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차를 사랑한 옛 성인들의 다도법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우리의 전통 한복을 입고 모두가 하나 되어 음악에 맞추어 찻물을 우리고 찻잔을 데우고 정성껏 찻잔에다가 한 잔, 한 잔 따르는 우아한 우리 학생들의 모습, 선녀들이 내려와서 차도를 시범보이는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라고 비유할 것인가?
지리산의 정기가 푸르른 빛으로 내려와 화개골의 골골마다 푸른 빛을 수놓고, 산마다 뿌리내린 갖가지 식물들의 고운향을 씻어내린 맑은 물들은 산등성이와 골골마다 야생녹차를 길러내니 다례로 커가는 우리 아이들은 다도로 인생을 즐기는 멋진 삶을 가꿀 미래의 신선, 행복한 성인이 될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다례의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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