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의 다양성-막걸리 IV
음료의 다양성-막걸리 IV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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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가끔씩 막걸리를 같이 마시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 선배가 자주 가는 술집 주인께서 하는 말이 “오래전부터 소주만 마시던 단골손님들은 하나 둘씩 줄어들고, 막걸리만 찾던 손님들은 아직까지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소주보다는 막걸리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고전에도 나온다.

조선 말기의 문신 이유원(李裕元)이 편찬한 ‘임하일기(林下筆記)’의 내용에는 이공 존수(李公存秀)는 늘 술로 산다고 온 나라에 소문이 났다.

대부인(大夫人)이 그가 술로 건강을 상할 것을 염려하여 소 창자에 여러 가지 술을 담아 시험해 보니 탁주에는 살이 찌고, 청주에는 손상되고, 소주에는 헐어 터졌다. 이것으로 인해 탁주를 먹게 하였다는 글이 전해져 오고, 조선 초 중엽 이씨성의 한 판서가 집에 좋은 소주와 가양주가 많은데 굳이 막걸리만 찾아 마시는지라 자제들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에 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가져 오라 시키더니 담즙을 쏟아버리고 그 쓸개 주머니에 소주·약주·막걸리를 따로 따로 담아 매달아 두었다. 며칠 후 열어 보니 소주 쓸개는 구멍 나서 술이 빠져있고 약주를 담은 쓸개는 헐어 있었고, 막걸리 쓸개만이 오히려 두터워져 있었다 한다.

조선 초 문신이며 학자인 정인지는 젖과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하고 아기들이 젖으로 생명을 키워 가듯이 막걸리는 노인의 젖줄이라 하고 만년에 막걸리를 밥 대신하여 즐겨 마시면 83세까지 장수하였다. 라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막걸리는 건강해서 좋고 다양한 맛이 나서 더 좋다.

막걸리를 처음 접하거나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주 밤 막걸리, 가평 잣 막걸리, 진도 울금막걸리, 샴페인 같은 느낌의 울산의 복순도가 막걸리 등 지역 특산품으로 맛과 향을 내거나 개성과 특색을 살린 막걸리를 마시면 좋을 듯하고, 고 박정희 대통령은 독주를 마시고 늘 마지막에 마셨던 막걸리를 마셨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금정산성막걸리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다른 막걸리보다 신맛이 월등하고 시간이지면서 신맛의 변화가 아주 재미가 있는 막걸리다.

서울, 부산의 대표 막걸리는 단맛 많은 반면 전라북도 송명섭 막걸리는 단맛은 전혀 없고 쓴맛이 뛰어난 막걸리다. 단맛 나는 막걸리를 마시다가 송명섭 막걸리를 마시면 막걸리 맛의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한동안 어느 지역 막걸리가 맛있을까하여 찾아다녔는데 결국엔 가장 가까이 있는 막걸리가 가장 무난하고 편안하고 친구같은 막걸리임을 알았다.

진주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신맛, 쓴맛, 단맛의 밸런스가 좋고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신맛과 쓴맛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며칠 뒤면 가족, 친지들이 다 같이 모여 놀이를 즐기고 음식을 나눠 먹는 추석이다.

미리 가까운 곳의 막걸리를 미리 받아두었다가 취하는 명절이 아닌 막걸리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미각이 즐거운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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