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기도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어요
지금까지 기도해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어요
  • 대담 / 황인태 본지 회장
  • 승인 2015.09.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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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법계사 관해 주지스님

 
법계사 관해 주지스님은 71년 순천 송광사로 출가한 이후 지금까지 44년 동안 기도해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다고 했다.
다 허물어진 화순 쌍봉사를 10년이 넘게 철야기도를 통해 중창할 때나 2000년 초 지리산에 와서 법계사를 맡아 10년이 넘는 기도를 통해 오늘날 모습을 이룰 때까지 단 한 번도 기도해서 응답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스님은 확신했다. 자신이 처음 법계사를 맡았을 때 소유 토지가 없어서 권리행사를 할 수 조차 없는 상태였다. 또 산신각은 허물어져 있었으며 무속인들이 밤마다 와서 굿을 하는 시끄러운 장소였다. 그런 법계사를 스님이 와서 1300평에 해당하는 토지를 보유케 해 절의 권리행사를 하게 만들었다. 다 허물어져 가는 산신각을 중건했고 무속인들이 밤마다 벌이던 굿판을 금지해 정법을 세웠다. 천왕제를 지내던 중 일본인들이 심은 것으로 보이는 혈심을 발견해 제거했으며 법계사의 오랜 염원이던 범종 불사도 완성했다. 지금 지리산에는 매일 새벽과 저녁에 범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관해 스님은 이제 지리산 법계사의 마지막 불사로 천왕할매를 모시는 일을 시작하고 있다. 후년 쯤 지리산 천왕할매를 모시는 일이 끝나면 자신이 법계사에 와서 할 일은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이 오로지 기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게 관해스님의 확신이다.
법계사에서 회향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관해스님은 노후대책에 대해 “중에게 무슨 노후대책이 필요하나. 다른 사람을 위해 살다보면 그 인연으로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이 오게 되는 것이다. 중이 노후대책을 준비하는 것은 인연법인 부처님 법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나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냥 어려운 남을 위해 살겠다. 그 인연으로 노후를 잘 보내면 선행의 인연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통 받다가 죽게 되면  전생에 업이 있어서 이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후에 대한 걱정 같은 마음의 걸림은 없다”고 말했다. 스님과의 대담은 본지 황인태 회장이 담당했다. 다음은 관해스님과의 대담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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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한 이후 평생 허물어진 절 일으켜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잘 사는 절에 가면 제가 못된 짓 할 줄 알고
부처님께서 저한테는 어려운 절, 힘든 절을 맡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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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황인태 본지 회장

-스님이 법계사에 오시게 된 것이 언제입니까
▲2000년 초쯤 될 겁니다. 한 15년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법계사에 오시게 됐습니까
▲10여년에 걸쳐 화순에 있는 쌍봉사를 중창 해 놓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왔습니다. 다 놓고는 일본에서 3개월 정도 가서 지내다가 귀국해서는 혼자서 지리산을 쏘다녔습니다. 4개월 정도 특별한 목적도 없이 지리산 이곳 저곳을 쏘다니다가 법계사를 만나게 됐습니다.

-지리산을 그렇게 쏘다닌 것은 무슨 이유였습니까
▲제 딴에는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인데 법계사를 만나게 하려고 부처님께서 시키신 일 같습니다. 그땐 정말 혼자서 미친듯이 지리산을 돌아다녔습니다. 지리산에 안 간 곳이 없습니다. 지금은 돈주고 하라고 해도 그리 못합니다. 

-처음 오실 때 법계사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당시 법계사는 맡으려고 하는 스님이 없었습니다. 절의 토지가 없다보니 건축행위 등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는 절이었습니다. 산신각은 다 허물어져 있었고 보궁과 극락전 요사채는 있기는 했으나 많이 퇴락해 있었지요. 산신각에서는 무당들이 밤마다 굿을 하고 있었습니다.

▲ 지난해 지리산 법계사의 오랜 염원이었던 범종각 불사를 이루었다.
-그럼 오셔서 지금의 모습을 만든 것입니까
▲제가 와서 법계사 소유 토지를 만들어 절이 권리행사를 하게 만들었고 산신각을 중건하고 요사채도 넓히고 범종각을 만들었지요. 지금은 편지 보내는 신도가 1만명 정도 됩니다. 절이 부유하지는 않지만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습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하셨습니까
▲제가 한 일이라기보다는 부처님께서 한 일입니다. 저는 열심히 기도한 것 밖에 없습니다.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처음 오니 절이 소유 토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보유 토지가 없으니 무엇을 하려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절의 소유 토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리산이 국립공원이지 않습니까. 국립공원에 소유 토지를 만드는 일이 가능이나 한 일이겠습니까. 이 일을 기도를 통해 다 이루었지요. 그 과정을 말하려면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지리산 혈심을 뽑은 것도 유명한 일화이던데요
▲일제가 지리산 기를 죽이기 위해 혈심을 심었다는 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심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2005년 천왕기도를 지낼 때의 일이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인부들이 담배를 피우려고 간 구석진 곳에서 포탄 같은 것이 손에 걸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부들이 포탄인줄 알고 저한테 “스님 포탄이 있어요” 그러는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6·25때 남은 포단인 줄 알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했지요. 경찰들이 와서 보니 포탄이 아니고 혈심이었던 것입니다. 서울에 전국의 혈심을 제거하는 모임이 있는데 그래서 연락을 했고 2006년에 혈심을 뽑은 것입니다. 참 희한하지요. 혈심을 발견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저는 열심히 천왕기도를 한 것뿐인데, 천왕의 힘으로 혈심이 발견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물을 판 일화도 알려져 있던데요
▲제가 오니 법계사에 물이 부족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법계사 스님들 먹을 물도 없는 형편이니 등산객들이 절에 들러 물 좀 달라고 하면 늘 시비가 붙었어요. 그래서 제가 등산객들에게 물을 줄 수 있게 물을 달라고 열심히 기도했지요. 그리고는 우물을 파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국립공원 직원들을 비롯해 사람들이 미친 짓 한다고 말도 아니게 비웃었지요. 사실 1400m나 되는 지리산에 우물을 파면 누가 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겠어요. 그런데 한 20m 파고 들어가자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하루에 200t도 넘는 큰 수맥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 높은 지리산에 이렇게 큰 수맥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지금은 절의 사람들 뿐 아니라 등산객 등 누구도 물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범종각을 만들었고 이제 천황할매를 모시기 위해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범종각은 지리산 법계사의 오랜 염원이었습니다. 지리산에 범종소리가 울리면 우리나라가 흥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3000관이나 되는 범종을 만들었습니다. 이 역시 기도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왕할매는 언제 모실 생각이십니까

▲후년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달이 들어오는 해에 점안식을 할 생각입니다.

-절에서 천황할매를 모시는 데 대해 다른 견해는 없습니까
▲다른 생각들은 없습니다. 천황할매는 워낙 지리산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신앙의 대상이어서 법계사에 모신다고 해서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천황할매를 모시는 일을 마치면 더 이상 법계사에 불사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가 법계사에서 할 일은 다 하는 것입니다.

-법계사는 산신철야기도가 유명한데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지리산 천왕할매는 우리의 오랜 민간 신앙이었습니다. 천왕할매는 그 어떤 악인에 대해서도 늘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밥은 먹었는지... 잠은 제대로 자는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왕할매에 대한 철야기도를 시작한 것입니다. 절에서 산신철야기도를 하는 것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천황할매 역시 부처님의 제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신철야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법계사의 대표적인 기도가 되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기도를 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처음에는 무속인들이 산신각에서 철야기도를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속인들이 산신각에서 밤마다 굿을 하고 그랬습니다. 불을 켜고 징을 치고 춤을 추는 소리에 수행하는 스님들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철야기도를 시작해 함께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들 기도하지 못하게 한다고 욕하고 드잡이 하는 일이 숱하게 일어났습니다.

-무속인들은 철야기도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무속인들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무속인들은 자기네들 방식으로 해야 되는데 불교식의 철야기도는 자기들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점차 무속인들이 사라지고 법이 바로 서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법계사에서 굿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법계사는 공찰입니까
▲네. 조계종 쌍계사 말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럼 주지 스님을 조계종에서 임명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조계종에서 다른 스님을 주지로 임명하면 스님은 떠나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죽을 때까지는 법계사에 있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됐습니까
▲제가 법계사에 특별한 기여를 해서 조계종에서 그렇게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계종법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절에 가실 생각이십니까
▲이제 법계사에서 회향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생을 마칠 생각입니다.

-스님께서 출가하신 것은 언제입니까
▲71년 사미계를 받았습니다. 44년 전의 일인데 어제 같습니다.

-출가하신 특별한 동기가 있었습니까
▲가난해서 출가했습니다. 절에 가면 먹고는 산다고 해서 순천의 송광사로 출가를 했습니다. 법을 이룬다는 그런 거창한 목적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 절에 갔습니다.

-법계사에 오시기 전에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전남 화순에 있는 쌍봉사에 있었습니다.

▲ 관해스님이 법계사의 마지막 불사로 기도하고 있는 천왕할매 조성 불사. 천왕할매는 원래 지리산천왕봉 아래 모셔져 있었으나 일제시대 때 없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해스님은 지리산 천왕봉에 가장 가깝고 지리산의 상징적 사찰인 법계사에 천황할매를 모시기 위해 현재 조성불사를 하고 있다. 스님은 후년쯤 점안식을 할 계획이다.
-쌍봉사는 어떤 절입니까
▲1000년 된 전통사찰인데 제가 맡았을 때는 스레트 지붕에 다 쓰러져 가는 형편이었습니다. 송광사에 있을 때 한번 간 적이 있는 데 절이 폐허가 돼서 맡을 스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렇게 두어서 되겠나 싶어 송광사에 말을 했더니 저보고 해 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절을 맡아서 14년 정도를 있으면서 중창을 했습니다.

-스님은 쓰러져 가는 절을 일으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평생 허물어진 절을 맡아서 일으켜 세우는 일로 살았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그렇게 시키는 것이겠지요. 잘 사는 절에 가면 못된 짓 할 줄 알고 저한테는 어려운 절, 힘든 절을 맡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제가 다른 생각 하지 않으면서 절 생활 할 거라고 부처님이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요즈음 스님들은 권력과 재물을 위해 싸우는 모습이 많이 보이던데요
▲저는 능력도 되지 않고 누가 시켜주지도 않겠지만 부처님도 저한테는 그런 일을 시켜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성품이 권력을 쥐게 되거나 명예를 얻게 되면 못된 짓을 많이 할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저의 이런 성격을 잘 아시니 제가 권력을 잡거나 명예를 얻어서 못된 짓을 해 악업을 쌓게 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평생 권력이나 명예를 추구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스님들의 노후대책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스님은 노후대책은 세우지 않습니까
▲노후대책은 세우지 않습니다. 노후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부처님 법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은 인연법입니다. 간단히 말해 선한 일에 선한 결과가 오고 악한 일에 악한 결과가 온다는 게 부처님 법입니다. 부처님 법에 선한 일을 하면 선한 결과가 오는데 무엇하러 인간의 힘으로 노후대책을 세웁니까.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살다 보면 그 인연으로 저한테도 좋은 일이 생길텐데요.

-실제 그것을 믿습니까
▲그것을 안 믿으면 부처님을 입으로만 믿는 것이지요. 저는 지리산에 와서 부처님 법을 깨달았기 때문에 부처님 인연법을 정말로 믿습니다. 그래서 노후대책을 세우지 않습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낭패 보면 어떻게 합니까
▲선한 일을 해도 이생에서 선한 결과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전생의 악업이 있어서 그 업을 갚은 것입니다. 저는 남은 인생동안 열심히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 것입니다. 그런데도 고통스런 여생을 살게 된다면 전생의 빚을 갚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어떠한 노후대책도 세우지 않습니다.

-남은 생 동안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일은 찾았습니까
▲네 찾았습니다. 제가 예전에는 경로당이나 소년소녀 가장 돕는 일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들은 우리가 하지 않아도 정부에서 다 하고 있고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하지 못하는 그런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합니다. 지금 거의 찾았고 제가 남은 인생동안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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