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 유일 야학 ‘향토시민학교’ 관심 부탁
서부경남 유일 야학 ‘향토시민학교’ 관심 부탁
  • 황지예기자
  • 승인 2015.09.3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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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향토시민학교 김민창 교장

▲ 진주향토시민학교를 이끌어가고 있는 김민창 선생님.
진주향토시민학교를 찾아갔을 때 김민창(47) 선생은 한창 열렬히 강의 중이었다. 비록 그 시간 교실에는 두 명의 학생이 있었지만 김 선생은 늘 큰 목소리로 강의하고 기억하기 쉽게 설명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1000여명의 사람들이 이 교실에서 배움의 기쁨을 알았고, 650명이 검정고시 합격증을 품에 안고 그것을 발판으로 사회에 당당하게 나섰다. 30년을 이어온 열린 배움터 ‘진주향토시민학교’가 지난해 법 개정으로 도교육청의 지원이 끊기면서 재정위기에 놓였다.“이 학교가 나의 젊음이고 꿈이고 희망인데 끝낼 수가 없다” 학교에 20년 청춘을 바쳐온 그는 앞으로 15년 더, 2030년까지 학교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지금 50, 60대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2030년까지는 가르치겠다는 그의 마음이다. 배움이 고픈 사람들이 없을 때까지. 진주향토시민학교의 폐교를 막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당당히 꿈을 펼칠 수 있게 할 수 있기 위해 지금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진주향토시민학교 (660-040) 경남 진주시 봉곡동 471-10 3층 

전화 : 055-748-4022/010-8248-4014
후원회 계좌 : 농협 355-0038-2025-33

다음은 김민창 선생과의 일문일답.

-진주향토시민학교 어떤 상황에 있나
▲진주지역 뿐만 아니라 서부경남의 많은 늦깍이 학우,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와서 배우는 학교인데 지원해 줄 수가 없다고 한다. 교육의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젊은 청춘을 바쳐 이 학교를 이끌어왔는데 여기서 그만둘 순 없다는 마음에 고민이 많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공감대 형성이 안 되고 이 시설의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20여명의 학생들이 내년 4월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고 있어서 당장 폐교하거나 할 수가 없다.

-‘진주향토시민학교’ 언제 설립됐나
▲1986년 3월에 설립돼 내년 3월에 30주년을 맞는다. 1996년부터 제가 맡아 운영을 했고 2001년 이후로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없어서 혼자서 전 과목을 맡아 가르치고 학교 행정까지 오전부터 저녁까지 일한다. 이 학교가 저의 젊음이고 저의 꿈이고 희망인데 끝낼 수가 없다.

-선생님께서 학교와 함께 걸어오신 길은
▲처음 향토시민학교와의 인연은 1988년 학생모집봉사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됐다. 1995년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문강의 봉사를 했는데 1996년 5월에 학교를 운영할 사람이 없고 학생 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그때부터 제가 학교를 살리자는 생각에 운영을 맡았다.

-지금까지 운영이 힘드실 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나
▲운영이 힘들 때 다른 직장을 찾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배우지 못한 분들의 한을 풀어드린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2005년도에 교육부장관상을 받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10년을 이어왔다.

-‘진주향토시민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 
▲검정고시를 중점으로 하고 있지만, 한글 간판을 못 읽는 사람들, 한글을 몰라 불편을 갖는 사람들이 찾아와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검정고시는 초졸, 중졸, 고졸 검정고시 각각 국어, 영어, 사회, 과학, 도덕, 미술, 역사, 가정 등 10여과목을 모두 혼자 가르친다. 새벽까지 교재연구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폐교위기에 놓이게 되었나
▲2007년부터는 진주시의 지원이 안됐고, 2006년부터는 도교육청에 등록이 돼서 평생교육시설로서 1년에 500만원 정도 지원을 해주셨는데 2014년 법 개정에 의해서 학력미인증기관에 대해서 지원이 안 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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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고픈 이들 꿈의 교실 
경남 곳곳서 찾아온 1000명
검정고시 650여명 합격해

20~70대 근로청년·만학도
탈북자 등 나이불문 누구나
배움의 열정 불태워온 장소

내년 30주년 앞두고 운영위기
야학이 필요한 사람들 위해
“여기서 끝낼 수 없다” 다짐

2030년까지 운영하는 것 목표
‘향토시민학교 지키기’ 위해

사회의 관심과 후원동참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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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운영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나
▲학교운영비가 월세 등 매월 5~60만원 들어가는데 도교육청에서 연 500만원 주는 것으로 운영이 어려워 위태로운 상황으로 이어왔다. 주, 야간으로 운영하다보니 지난 20년간 다른 직장 없이 달려왔다. 가족의 기본적인 생계는 유지돼야 하는데 2008년도 딸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병원비도 들어가고, 학생 분들이 월 5~6만원 정도 수업료로 내고 있지만 인원이 부족해 수업료로 충당이 어렵다. 여러 가지로 열악한 상황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원이 안 된다고 하니 제 스스로 버티기 위해서 돌파구를 찾아야한다. 지역의 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니까 고민이 많다. 최근에 주변에서 후원회를 조직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 진주향토시민학교 강의실 모습.
-지금까지 학교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몇 분 정도 되나
▲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이 1000여명, 검정고시합격자가 약 700명, 졸업생(1년을 마친 학생들)이 650명 정도다. 향토시민학교의 30년 역사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이분들의 한을 풀어왔다. 지금도 재학생 분들 중에 아픔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한다.

-학생들의 연령대는
▲주 연령층은 50~60대이고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20대는 근로청소년, 학교부적응학생들도 여기서 공부했다. 사천의 한 학생이 여기서 고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실용음악과로 진학했고, 초, 중 검정고시를 여기서 마치고 진주여고를 거쳐 진주보건대로 진학해 현재 경상대학병원에 일하는 스물일곱 된 두 딸아이가 생각난다.

-검정고시의 역할, 향토시민학교의 역할     
▲검정고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다. 꿈이 있는 학생들이 학교적응은 안되고 또 다시 학교에 들어가자니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통로라는 게 검정고시제도다. 정치인들 중에도 검정고시 출신자들이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배움에 대한 갈망과 열망,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눈물, 아픔을 이해를 못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말한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 아픔을 완전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주간, 야간학교를 운영하는 곳은 서부경남에도 우리 학교가 유일하고 전국에서 몇 곳이 없다.  배우고자하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연령에 관계없이 올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 지난 9월 12일 올해 진주향토시민학교 졸업생들이 졸업식을 가졌다.
-평생교육에 대한 생각
▲면면촌촌 한글 모르는 분들 70대 노인 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배움의 혜택을 주는게 평생교육이다. 이미 배운 분들을 위한 교양활동, 서예나 요가반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한 평생교육이 병행되야 함께 가는 사회가 된다. 그러면 예산이 엄청나게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런 관심을 좀 가져주면 좋겠다.

-검정고시를 가르치는 기간과 졸업에 걸리는 기간은 
▲학생들마다 더 빨리 합격하는 분들도 있지만 주 3일 1년 공부해서 중학교과정 합격, 1년 공부해서 고등학교과정 합격 이렇게 목표로 하고 가르치고 있다. 검정고시 시험은 1년에 4월과 8월 두 번의 시험이 있다. 졸업은 8월 말에 검정고시 합격발표가 나고 9월에 졸업식을 갖는다. 작년에 20여명이 졸업했고 9월 12일에 올해 12명의 졸업생을 위해 간소하게 졸업식을 열어 드렸다.

-자원봉사하실 분을 모집하고 있나
▲우선 학교를 안정권으로 유지되도록 해놓고 자원봉사 하실 분을 모집 할 생각이다.
-학생은 언제 모집하나. 학생 분들은 어떻게 학교를 알고 찾아오시나
▲학생은 연초에 2, 3, 4월 그리고 검정고시 끝나고 8월 중순 9월 15일까지 모집 중이다. 지역신문이나 방송에 나간 것을 보고 오거나 졸업생들의 소개로 오신다.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용기가 부족해서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까지 다 학교에 나오게 해서 공부의 기쁨을 알게 해드리는 것이 저의 꿈이다.

▲ 지난 30년 동안 진주향토시민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700명에 이른다.
-배우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
▲서부 경남 최고령 대학 합격자인 현재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원예학과 야간반 4학년에 재학 중인 조덕림(75) 학생이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셨다. 그 분을 보면 나이가 많아서 되겠느냐하는 걱정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수업시간에 조금 졸더라도,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더라도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기적이 아니라 누구든지 해낼 수 있다.
입학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얘기한다. “나이 많다고 생각하지마라. 여러분들은 나이가 16살이다. 그런 생각으로 공부를 하셔야 된다” (벽에 걸린 ‘滴水穿石’액자를 가르키며) “적수천석 ‘물방울이 떨어져도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말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수업 중간중간에 얘기한다.
이게 올해 졸업하시는 분들 졸업증서인데 검정고시 합격증과 졸업증서를 이렇게 파란 표지에 넣어서 졸업식 때 드린다. 검정고시합격증은 도교육청에서 종이 한 장으로만 보내주는데 이왕이면 이렇게 증서를 만들어 넣어주면 얼마나 좋나. 이게 얼마나 눈물의 졸업장인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오시나
▲경남 유일 검정고시를 주간, 야간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 삼천포, 함양, 의령, 산청 등에서 오신다. 수업마치면 막차를 놓칠까봐 급히 뛰어가시고는 한다. 남해에서 왔다 갔다 하시다가 올해 졸업하시는 분도 있다. 왜 그분들이 여기까지 와서 수업을 듣느냐. 지자체에서 조금만 공간을 활용해서 하면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강의를 하면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와야 하는 그분들의 불편을 지자체에서 조금만 관심을 주면 좋겠다.

-‘야학’이 꼭 필요한 사람들. 타 교육시설과 차이점
▲지난해 진주에 방송통신 중학교가 생겨 (60대 이상 대상) 60명을 모집했다. 서부경남에 유일하게 생겼는데 60명만 모집해서는 부족하고 그분들 연령대에 맞게 교사들이 강의를 하느냐, 아니다. 검정고시를 쳐야하는 분들은 60~70대 노인시설에서는 배울 수가 없다. 40~60대지만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야학이다. 다른 교육기관이 담당 못하는 것을 야학이 담당하고 있다.
내일부터 탈북자 학생도 한명 온다. 탈북자 학생이 두 번째인데 탈북 후 학력 인증이 되지 않아서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쳐야 사회생활을 할 수가 있다. 작년에 고성, 통영에서 온 조선족 학생이 귀화를 했음에도 중국에서 다닌 학교의 학력 인증이 안돼 우리 학교에 와 초등검정고시부터 쳤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탈북자도, 조선족, 늦깍이 학생도, 학교부적응학생도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다.

 
-언제까지 진주향토시민학교를 이끌어 가실 생각이신가 
▲적어도 2030년까지는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전국의 야학들이 절실한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야학의 역사가 1905년부터 110년 정도 된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정치, 경제인들이 만들어졌는가. 고등학교 못나온 사람도 야학을 나와서 석사도 받고 성공한다. 그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야학이다. 야학의 존재는 130년은 가야한다. 그래야 지금 50, 60대 되는 분들이 그 교육을 받고 인생길을 마치고 가실 때는 웃으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법이 개정이 됨에 따라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는지 사전에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사없이 효율성을 따져 국회에서 통과시키지만,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 중 그것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필요한 것이었다면,  그런 것을 감안했느냐 싶다. 이번 학교 지원을 볼 때 전혀 감안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모든 예산이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예산이 정말 많다. 500만원을 1년으로 나누면 한 달에 40몇 만원인데 예산에서 얼마 안 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책도 사고, 교재 복사도 할 수 있다. 배움에 열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황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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