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건강(2)
잠과 건강(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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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고문 가운데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이 가장 무섭고 악랄한 고문이라고 한다. 아주 높은 룩스의 강한 빛을 눈에 쏘이게 하여 너무 눈이 부셔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게 만들어 놓고 며칠을 지나면 천하 없는 장사도 항복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잠은 육체적으로 너무 고단하고 피곤해도,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도, 사회적으로 설 곳을 잃었거나 방향감각이 없을 때, 종교적으로 영혼이 메마르고 영혼의 양식이 고갈 되었을 때 잠을 못 이루게 된다. 예민한 사람들은 잠자리만 옮겨도 잠을 못 자고 잠자는 방식만 바뀌어도 잠을 못 이룬다. 잠 잘 자는 것도 큰 복이라는 말도, 그래서 잠을 잘 자면 만사가 형통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그런데 잠을 잘 자는 것 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두세시간만 자도 몸이 개운한 잠이 있고 여덟시간 열 시간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잠도 있다. 어떤 잠은, 자고 나도 전혀 잠을 자지 않은 것 같은 때도 있다.

잠의 메카니즘을 모르면, 잠만 자면 모든 피로가 풀린다고 오해하기 쉽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 배가 부르냐 고프냐의 상태, 고민거리가 있느냐 없느냐? 잠자리의 조건과 환경, 침대냐 온돌이냐? 추우냐 더우냐? 환기는 잘 되는지, 조명은? 등 잠 자는데 필요한 조건들은 의외로 많은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코와 방바닥의 거리가 30Cm 이내에만 들어오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5분 이내에 잠이 든다. 물론 사람인지라 아주 특별한 경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 잠을 잘 잔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잠자는 조건에 따라 잠깐 눈을 붙였는데도 잠을 푹 잔 것 같은 날이 있는가 하면 시간상으로는 충분할 만큼 잠을 잤음에도 전혀 잔 것 같지 않은 잠도 있다. 배가 많이 부른 상태로 잠을 자면 숙면이 잘 안된다.

왜냐하면 먹은 음식을 소화 시키고 신진대사를 하느라 5장6부가 쉼을 얻지 못해 오히려 더 피곤 할 수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절대 과식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간 사람 밥은 있어도 자는 사람 밥은 없다”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외출 중인 사람은 들어와 밥을 먹어야 하니까 밥을 준비해 놓지만 자는 사람을 깨워 밥을 먹이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 하여 아침은 잘 먹되 저녁은 배가 고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만 아닐 정도로 가볍게 먹는 것이 윈칙이었다. “ 잘 자리에 뭘 그리 많이 먹느냐?”가 어른들의 가르침이 었던 것이다. 그런데 딘너(Dinner) 문화가 들어 왔다. 아침은 밤새 굶었으니까 금식을 깬다고 하여 부렉퍼스트(Break Fast), 점심은 런치, 그리고 저녁은 만찬식으로 사는 문화가 들어 온 것이다. 거기다 해 넘어 가면 잠자리에 들던 농경문화가 6차 산업으로 바뀌면서 삶의 페러다임이 밤과 낮이 바뀌니까 올빼미 인생이 늘어나고 거기에 따라 야식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사람의 생체 리듬은 닭이 회에 오르는 시간 즉 오후 7시, 즉 유시(酉時)서 부터 잠을 이루고, 새벽 3시인 인시(寅時)서 부터 활동을 하는 리듬을 타고 났으며 더우기 자시(子時) 인 밤 11시 부터 새벽 1시 사이엔 하루중 혈압이 가장 낮은 시간으로 되어 있다. 소문에도 피는 밤이 되면 간으로 돌아가 쉬고 낮이 되면 순환한다(血夜臥卽 血歸肝, 晝運行血) 고 했다. 사람은 사람이지 올빼미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리 적응력이 강한 동물이 사람이라지만 순리를 거역해도 어느 정도 해야지 그 도가 너무 지나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망가지고 만다. 그렇게 살아놓고 몸이 망가지면 자기가 그렇게 살은 것은 생각 안 하고 그냥 병원으로 달려간다. 자기 삶의 결과로 나타 난 것을 삶은 바꿀 생각은 안하고 다른 방법을 동원 하여 간단하게 해결하려 한다. 세상이 바뀐것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이 토네이도 일어나듯 바뀌면야 그것을 모르고 넘어 가는 사람이 없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은 바닷물이 들어오듯 나도 모르게 바뀌기 때문에 정신줄을 조금만 놓아도 알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잠자는 문제도 황토 구들방에서 아파트 전기 판넬로, 등잔불에서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밤과 낮이 바뀌어 지고 이러한 와중에 건강이라는 명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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