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12 18: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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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이탈리아의 화가 미켈란젤로가 그 유명한 성베드로 성당 천장화(天障畵)를 완성한 것은 70세 때였으며 90세까지 장수했고, 영국의 소설가 다니엘 디포는 59세에 ‘로빈슨 크루소’를 썼으며 72세까지 장수했고,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인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57세에 그의 대표작인 ‘순수이성비판’을 세상에 내놓았고 66세에 ‘판단력비판’을 완성했으며 81세까지 장수했으며, 대문호 괴테가 ‘파우스트’집필을 마쳤을 때, 그는 이미 여든이 넘은 나이였다.


중국 남송 시대의 유학자 여조겸(呂祖謙)은 ‘정말로 좋은 책은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얕은 효과는 없지만 사람을 변하게 하는 깊은 힘이 있으며, 좋은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얕은 소리는 없지만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깊은 여운이 있다.’라고 갈파했고,

로마의 정치가이며 법률가였던 키케로는 ‘방에 서적이 없는 것은 몸에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고 했으며, 중국 청나라 때의 유명한 고증학자 단옥재(段玉裁)는 ‘그럭저럭 오늘에 이르러 어느덧 여든이 되었다. 평생을 돌이켜 볼 때 내가 배운 것이라곤 무엇이 있는가?(…) 앞으로 시간을 아껴서 좋은 말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좋은 책 한 권이라도 더 보아야겠다.’라고 했으며,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18년간의 강진 유배생활에서 그저 베껴 쓰기만 해도 수십 년이 걸릴 경집(經集) 232권과 문집(文集) 260여 권을 모두 정리했는데 작업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고, 이와 머리카락도 다 빠졌다고 한다. ‘백 년도 못 되는 인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살다 간 보람을 어디에서 찾겠느냐?’라고 술회했다. 후세의 학자들은 ‘20년에 가까운 오랜 귀양살이는 다산 개인에게는 절망이었으되, 조선 학술계를 위해서는 벼락같이 쏟아진 축복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기도만 하고 학문을 하지 않으면 부황(浮荒)해지기 쉽다.’고 했다.

어느 잡지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라는 주제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칼럼에는 고인이 된 61명의 저명인사들을 언급하고 있었는데, 모두 몇 세대 위의 인물들이었다. 평균 수명이 50세 남짓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장수했다고 해봐야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도 61명 가운데 70대 사망이 19명. 80대 사망이 20명. 90대 사망이 10명. 즉 80%가 고희를 넘겨 살았다는 분석이었다. 원인은 독서와 장수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 즉 책을 많이 읽으려면 도서관이나 서점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하니 이것만으로도 체력이 길러지는 동시에 두뇌운동이 되므로 건강과 관련이 있다. 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하는 첨단정보시대인데 책은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인가? 가끔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를 순간적으로 즉각 제공해준다. 그 예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더 이상 신판을 발간하지 않는 것도 인터넷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으로 획득하는 정보와 독서에서 얻은 지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뜻한 한 끼 식사와 영양제 한 알의 차이라고나 할까. 영양제는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영양제만 먹고는 사람이 살 수 없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 책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자책만으로는 진정한 지적 생활이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뇌 관련 서적들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다. 필자도 몇 권 찾아 읽었는데, 그 중 한 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뇌 속에는 여러 가지 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뇌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작용하는 온갖 활동에 호르몬도 작용한다. 따라서 뇌 운동은 전신 건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두뇌를 자극하는 것은 결국 몸 전체의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의미다. 위에 열거한 천재들이 노년에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두뇌를 부지런히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이 흥분하면 독자들은 외면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후회하지 않는 심정으로 글 쓰는데 전념하니 나의 내면의 삶이 풍요로워 지고 공부의 안목이 넓어지고, 삶의 눈길이 깊어져 홀가분하고 기쁠 따름이다. ‘세상은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다’ 라는 명언이 내가 책을 즐겨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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