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만의 아우르기
님들만의 아우르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13 16: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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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국정교과서 편집진 보수 진보의 아우르기’ ‘국정 한국사, 노ㆍ장ㆍ청 아우른 필진 구성’ 바야흐로 아우르기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모양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왜 이리 아울러지지 않은지. 아울러지기는커녕 우울해지기나 한다. 우울한데다 더해 암울하다. 소탈하게 생각하면 역사를 기록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소설 같은 허구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논설처럼 집필자의 주장을 알뜰하고 공격적으로 기록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소탈한 마음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면 마땅한 것이다.


역사 기록자는 누가 되었던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그에 따른 나름의 해설은 말대로 국민 개개인 나름대로 하면 된다. 나름의 해설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야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이다. 정히 그 당연한 게 문제가 되면 그 부분만 치열하게 의논해서 가장 역사다운 역사를 다시 기록하면 될 일이다. 바로 그 갑론을박의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인생이다. 배고플 때 밥먹고 똥누고 싶을 때 볼일 보는 일들이란 여타의 짐승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 나름의 과정에서 어떤 님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당연한 논란을 핑계되어 온 나라를 확 뒤집어놓을 듯이 난리칠 일은 아니다.

세월호참사, 부정선거 의혹, 천안함 사태, 갑작스런 통일놀이 등, 그간에 하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호도된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져서일까? 게다가 여당과 청와대는 공천권 싸움이라는 천박한 싸움을 벌이다가 국민의 싸늘한 반응을 확인하고는 스스로 잠잠해진 틈이다. 이래 저래 똥이 마려운데 똥구멍이 막힌 코끼리처럼 이렇게 갑자기 온나라를 발칵 뒤집으며 난리치는 그 ‘저의’가 더 의혹된다. 혹시 또 진실이 밝혀져서는 안 되는 뭔가가 있는 것일까? 저님들은 참으로 교활한 구석이 늘 있어왔다. 그러니 어쩌면 그 교활한 구석이 저님들의 정체가 아닐까 의심까지 인다, 설마하면서도 말이다.

가장 최악의 저의는 바로 남북관계에서 의혹된다. 바로 그제 북한 김정은의 소위 ‘인민제일주의’를 표방한 연설이 있었다. 핵도발 발언을 자제하면서 대신 인민이라는 말을 거의 백 번씩이나 했다고 한다. 인민제일주이란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표방국가에서 내세우는 간판 이념이다. 실제 잘만 구현되면 더없이 인민이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행복을 당장의 기치로 내걸었으니 남쪽의 자본권력주의자들이 어찌할 바를 못 찾고 똥줄이 타서 몹시 당황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통일을 해야한다며 대책도 없이 말로만 떠들어대고 있는 판이다. 사정이 이러니 우선 대책없는 말이라도 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저렇게 갑자기 역사교과서 문제를 졸속처리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일까?

통일만 해도 그렇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가장 사람이 행복한 통일이 되어야 한다. 이 사람이라함은 남한과 북한을 다 아루르는 사람이다. 이때야말로 우리는 남북을 아울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에 통일을 말하는 사람들의 면면과 입과 말과 저의를 가만히 살펴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심지어 방법도 없다. 흡수니 연방제니 해서 여태 있어왔던 방법마저 두리뭉실 생략한다. 어떤 거시적 근시적 구체화한 대책이나 방법은 쏙 빼고 그저 말로만 통일을 나불나불대고 있는 꼴이다.

그러니 정작 북한이든 주변국이 통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나 의도를 내비치기만 해도 혼비백산 난리를 치는 건 아닌가 말이다. 실상은 통일을 원하지 않으니까! 아니길 빌고 빈다. 이 모든 게 나의 억척이길 바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마찬가지다. ‘균형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내세우면서도 뭐가 균형이냐고 물으면 어물어물 두리뭉실 넘어간다. 아주 잘 균형을 잡아서 보ㆍ진 양쪽을 다 아우르는 집필진을 구성해야 하겠지요, 라며 그 늙은 면면들을 자못 심각한 척 구기는 것이다. 또 다시 말머리를 다잡아 올바른 교과서는 지금의 교과서와 어떻게 다른가요, 하고 물으면 “어허이! 그참 올바른 게 올바른 것이지!! 왜들 그리 따져요? 당신 친북이지? 친북 몰라? 종북 말이야!!! ”기가 찰 노릇이다. 급기야, 야당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 권력에게 바란다. 잘 할 수 있다. 잘 해서 차기까지 권력을 이을 수도 있다. 그럴려면 정도로 가야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래서 더 잘하겠다고 하고 더 잘하면 된다. 이제 임기도 돌아오는 길목이다. 누가 그런 그녀를 그 자리에서 내려앉힐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없다. 안심하고 법대로 책임을 물을 건 묻고 인정을 배풀 건 배풀어야 한다. 그렇게 고슴도치처럼 자기식대로 똘똘 말아가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조폭들이 하는 조직관리법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우르기가 아니라 편가르기다. 아주 악랄한 편가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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