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약속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 안창호 선생님의 유명한 일화가 생각난다. 선생이 중국 상해 임시정부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동지의 아들과 소년동맹단의 일로 만날 약속을 하고 그 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소년과 약속한 그날은 윤봉길 의사가 상해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군 대장에게 폭탄을 던지는 의거를 일으킨 날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하기위해 혈안이 된 일본 경찰들이 곳곳에 잠복하고 있어서 동지들이 외출을 말렸지만, 선생은 “소년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면 누구와의 약속을 지키겠소?”라며 집을 나섰다.
소년의 집을 방문하다 경찰에게 체포된 선생은 국내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고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감옥에서도 선생은 소년과의 약속을 지킨 일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약속이 굉장히 많다. 가까이에는 친구 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선생님과 학생 간에 등 다양한 약속과 그 보다 상위에는 조례, 규칙, 법 등 우리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야할 약속들이 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약속들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가끔 언론매체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실례들을 보면 그 약속들을 지키지 않고 나의 마음대로 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적 정신적인 많은 피해를 입힌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을 하려는 단계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수두룩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화가 나서 보기가 싫은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멍청히 보면서 기분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인성을 바르게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우리 어른들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모범적인 행동을 보이고 그 행동을 보면서 아이들도 바른 행동을 하는 바른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야 될 것이라고 보았다.
안창호 선생님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약속일 지라도 어떤 어려운 여건 앞에서 지킨 것처럼 교육공동체가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하나 하나 지켜나가면 언젠가 신뢰와 믿음으로 우리 학생들은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우리학교라는 작은 단위에서 작은 약속으로 시작하여 지키다가 보면 우리 고장, 나아가 주변의 고장과 학교 등에서 하나씩 약속들을 만들어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해서 우리 사회는 조금씩 밝은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질서와 배려가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고, 나 스스로도 나에게 약속을 하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사소한 것부터 하나 하나 실천해가는 어른들이 많아진다면 아이들은 그 것을 보면서 생각하고 바른 생활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
오늘따라 가을 하늘이 더욱 맑아 보이고, 태양도 더 밝게 빛나는 것이 우리들 약속의 앞날이 더 밝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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