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이야기
나의 책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22 17: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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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례/진주 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원장

동화책보다는 교과서를 더 먼저 접했을 정도로 시골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진주로 이사를 오면서 어릴 때 읽지 못한 동화책과 만화, 수필, 시집 등 이것저것 읽으면서 독서의 재미를 느꼈었다.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이어서였을까?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를 책읽기가 해가 어스름해 질 때까지도 불을 켜는 흐름을 깨기 싫어서 어둠속에서 눈에 불을 켰던 적도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책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몸은 약했지만 집안에 틀어박혀있기보다는 놀기를 참 좋아했다. 늘 감기를 달고 살았고 겨울이면 기본적으로 오돌토돌 손이 트는 것도 정례행사였다. 친구들과 놀아야하는데 장녀인지라 동생돌보기가 귀찮았던 기억도 있고 먼 길 학교까지 걸어 다니며 펼쳐졌던 많은 새로운 사건들. 그러고 보면 늘 똑같은 생활 같았지만 그 속에는 매번 새로운 사건들이 사람 사는 재미들을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조금씩 조금씩 떨어뜨려놨던가 보다.

돌아보면 과거는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진정한 멘토를 찾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 그때 나에게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늘 보물을 옆에 두고 알아보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았다. 그 보물은 젊음이었고 두려움이었고 가능성이었고 새로움이었고 나는 잘 산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착각이었다.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 거야.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이런 판단들도 자가당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은 그럴만 하여 그렇게 한 것인데 결국은 상대비난을 살짝 자기우월로 바꾸어 둔갑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말 중요한 것, 소중한 것 그것들을 자기화하여 뼛속깊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아주 크다. 순간순간의 바람에 몸을 맡긴 돛단배로 살았다면 앞으로는 그 바람을 타고 혹은 맞서 즐기는 요트로 살았으면 좋겠다.

한동안은 전공서적들을 지겹도록 읽었다. 가만히 보면 중요한 것은 독서라고 할 때 공부와 관련된 책은 뺀다는 사실이다. 학교교과서를 읽고 독서라고 하지 않는다. 이상한 현상인데 독서라고 할 때 독서는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의미인가 보다.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 나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읽는 것.

책을 보는 안목을 기르려면 일단은 다양하게 많이 읽어 봐야한다. 그렇지만 취학 전에서 초등저학년 정도의 어린이 도서는 처음에 접할 때 어른이 관여를 할 수 밖에 없다. 도서관이 외지에 많이 있기도 하고, 사거나 빌리거나 한 후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도 많을 책들을 다 읽어보고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전문가들이 권장도서목록을 만들어 선택의 상황에서 헤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인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권장도서를 벗어나야한다. 가이드라인 역할인 것이다. 권장도서도 다 못 읽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찾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로 독서량이 다양하다. 다독과 함께 정독 또한 필요하다. 내용을 곱씹으며 ‘작가의 의도가 뭘까?’ 고민해 보기도 하고 ‘이 문구가 참 좋아.’ 하면서 책을 읽은 후 자발적인 독후 활동이 있을 때 기억에 오래 남고, 심지어 책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좋은 책들을 접할 기회가 생겨서 참 좋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 지 가름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지만 읽는다는 책들은 내가 좋아하는 주제만 독식하는 편향된 독서가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알게 되었고 가벼울 것 같아서 시작하였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세상을 보는 시각의 범위가 더 넓어졌고 현재 나와 우리에게 뭐가 중요할까 고민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체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과 매체를 통해 세상의 흐름을 미리 알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미리 볼 수도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세상 살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정보의 홍수 그 많은 지식들이 당장 나에겐 사실 별로 쓸모가 없지만 유용한 자극이 될 수는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지식 속에 녹아 흐르는 현명한 지혜를 볼 수 있어야겠다.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사는 시대도 아니지만 다 잘 할 수 는 없다. 책을 통해 나의 멘토를 찾고, 목표를 정하고 어느 특정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다 보면 처음에는 미미한 시작이더라도 큰 마침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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