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불사와 홍차 그리고 중양절
칠불사와 홍차 그리고 중양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26 16: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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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지리산 반야봉 동남쪽 해발 약800미터 고지에 자리 잡고 역사 깊은 칠불사,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왕자가 수도를 하고 성불하였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칠불사,


나는 불교를 믿는 열렬한 신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의 조모님과 부모님이 불교를 믿고 아내도 불교를 믿기 때문에 사찰을 자주 찾는다. 그래서 약간은 불교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곳 보다 사찰을 찾아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뵙지는 않지만 사찰을 들어서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차분해지는 것이 불교와 인연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러 사찰을 자주 찾는데 그 중에서도 집에서는 조금은 멀지만 칠불사를 가끔 찾아서 둘러보고 오곤 하였는데 지금 있는 학교로 발령을 받고 보니 더 인연이 깊어지는 것 같다.

작년에 파출소 소장님의 안내로 칠불사를 찾은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에 주지스님과 같이 차를 마시는 계기를 갖었었다. 여태까지 주지스님과는 처음 대하는 차 마시는 시간이라 약간은 서먹했었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었다. 그 뒤에 아내와 함께 다시 칠불사를 찾았고 주지스님을 그 때에도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함께 차 대접도 받았다. 아내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올해에는 중양절 행사를 ‘한국의 홍차 칠불에 담다’라는 주제로 발효차를 처음으로 시원하고 중흥시킨 곳이라는 것을 알리는 헌공다례식을 하여서 참여를 하였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원광디지털대학교 송해경 교수의 ‘칠불사와 초의선사 그리고 차(茶)’라는 특강으로 칠불사 중양절 헌다 행사의 개최목적, 칠불사의 불교적 성격, 칠불사와 차의 인연, 칠불사와 초의선사, ‘동다송’에 나타난 칠불사의 차, 칠불사의 제다법 및 음다법, 초의선사의 평에 대한 분석, 제언 등이 있었다. 그리고 부처님 전 칠불칠차 헌공다례가 대웅전에서 치루어졌는데 모두들 숨죽여 하나 하나 집중해서 보았다. 그리고 김수로왕의 일곱왕자가 지어서 거기에서 성불했다는 운상선원을 관람하고 부휴선사 부도탑의 헌다 등을 하였다. 다음 행사로는 ‘가을 차 향기에 물들다’라는 행사로 우리학교의 다례부 9명이 ‘우리차를 마셔요’라는 다례 시연을 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좋은 반응을 가져왔다. 이어서 대통령상 수상자인 오재홍씨의 선비다례시연과 중양절 화전놀이가 이어졌다. 정말로 좋은 행사에 참석한 것임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칠불사와의 인연이 나에게는 있는 것일까? 작년 이맘때에도 온 경우가 있었다. 단풍이 너무 곱게 잘 들어 있어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아주 좋았다. 그래서 이튿날 다른 분들이 학교에 와서 좋은 경치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달려갔었다. 그런데 산속의 날씨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었다. 단풍이 떨어지고 가을의 멋들어진 풍경을 볼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같이 갔던 분들은 칠불사의 주변 환경과 함께 칠불사의 역사 그리고 환경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으며 좋아 하였었다. 그 분들의 말에 나도 기분이 좋았었다.

화개골의 아름다운 골짜기를 따라서 칠불사에 오르는 길은 봄부터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계절마다 바뀌어 가면서 풍경을 자랑한다. 벚꽃으로부터 시작하여 푸르른 나무들의 싱싱함과 맑은 계곡물이 들려주는 여름철의 노래, 그리고 벚나무들이 만들어가는 가을꽃의 잔치와 주변의 단풍으로 수놓는 경치, 겨울에는 하이얀 눈들과 어우러지는 주변들의 백설같은 풍경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칠불사에 오르는 길은 일곱왕자가 성불을 하였듯이 우리들의 마음을 해탈의 길로 안내하는 듯하다. 그래서 일까?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요하게, 편안하게 하는 것이 칠불사로 오르게 하는 지도 모른다. 또한 가끔 주지스님이 따라 주시는 차와 좋은 말씀도 나의 마음으로 녹아드니 말이다. 얼마 전에도 칠불사에 들렀다가 점심 공양 때가 되어서 아내와 나는 점심 공양을 하고 나온 적이 있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함께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언젠가 한번 교직원들과 함께 공양을 하고 차를 한잔 하러 들르라고 하시던 주지스님의 말씀이 더 따뜻하게 가슴 속을 데우고 있어 오늘 하루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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