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과시
비교와 과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02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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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광고디자인과 교수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과 하나가 되어 뗄 수 없는 관계가 된지 오래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타인과의 관계일 것이다.


과거엔 살갑게 가까이서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면 지금에 이르러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보며 SNS를 주고 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문명의 이기로 인해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멀리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이점 등 장점도 많지만 그로인해 등장한 폐해 또한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과시와 비교의 문화다.

사람은 누구나 사는 방식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우리 각자는 살아갈 가치와 의미가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대로 만족하며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정보 매체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무엇이 옳은지를 알지 못한체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방향만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상징소비가 급부상하고 있다. 상징소비는 최근 유행한 등골브레이커, 피규머, 연예인 콘텐츠 상품 등을 소비하며 자신에게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소비패턴을 의미한다. 몇해 전 10대 학생들이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브랜드의 옷을 입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고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상품 라인업에 따라, 품목별 가격에 따라 그룹 내 서열(계급)을 나누고 서로를 차별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해마다 유행하는 브랜드가 바뀌고 학생들은 유행에 따라 부모님을 졸라서 옷을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옷 뿐만 아니라 30만원짜리 필통, 14만원짜리 지우개, 57만원짜리 토끼인형 등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아직 주체적 경제활동을 하기전 부터 물질만능 배우고 겉치레에만 신경 쓴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경제 현실은 어떠한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속성장이 끝나고 경제성장이 3% 이하로 떨어진 지금 중산층은 점차 소비여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상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에 이은 성장의 정체기에 들어섰고 평범한 직장인은 급여가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다. 얼마전 임금근로자의 50퍼센트 이상이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렇다면 상위 소수의 사람들이 높은 임금을 가져가고 근로자의 절반이상이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고소득층들은 불황 속에서도 신분과시형, 유행추구형 소비경향 나타내고 있고 저소득층 역시 이를 따라하며 자신을 과시하려하고 있다.

그럼 절반 이상의 근로자들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낮은 급여에 슬퍼하며 살아야 할까? 남과 비교하여 자책만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야 할까? 당연히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각자 자신의 직업과 일에 만족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돈을 자신에 맞게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행이라고 따라사며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서는 개인이 행복할 수 없고 국가가 바로 설수 없다.

필자는 기술을 가르쳐 취업을 시키는 직업교육 현장에서 다년간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입학을 하고 성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입학하는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얼마나 다양한 직업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무슨 일들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수능과 대학만 바라보며 공부 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한다. 그래서 10대에 했어야할 사춘기 같은 방황을 성인이 되어서 처절하게 겪는 사람들도 많다. 100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한채 남들만 따라가서는 불쌍하게도 100세까지 자신이 하기싫은 일만 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는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남과 비교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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