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뭄 빗물 모으기가 대안이다
100년 가뭄 빗물 모으기가 대안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03 15: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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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ㆍ경남환경연구원장

가뭄은 마야문명, 크메르문명을 멸망시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뭄이 지속돼 식량난으로 이어지고,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난 게 원인이었다. 1640년대에는 조선, 청나라, 일본도 가뭄이 덥쳤다. 중국역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주민의 50%를 잃은 지역도 있었으며 조선에선 “낙동강 물이 끊겼다”고 할 정도로 가물었다. 일본에서도 ‘간에이(寬永) 대기근’ 시대로 불린다.


과학의 발달되면서 기상장비는 첨단화되고 수리·관개시설도 크게 개선됐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현상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강수량이 급격히 줄었다. 그 옛날 가뭄은 문명과 국가를 무너트릴 만큼 인류역사에 큰 흔적을 남겼다. 그만큼 가뭄은 파괴력이 있다. 현대인들은 며칠간 단수에도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최근 충청지역의 가뭄이 장기화되면 식량난까지 야기한다. 가뭄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홍수와 가뭄이 발생하여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 이때 빗물만 잘 관리하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서울대학교의 빗물연구센터에서는 UNEP(유엔 환경계획)와 빗물연구 협약을 맺어 빗물관리로 전 세계 사람들을 지속가능하게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본에는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대부분 빗물탱크를 지하에 구비하고 있다.

서울 관악산 버들골에는 10톤 규모의 빗물탱크를 만들어 놓은 후 그 물로 화재예방이나 청소에 사용한다. 이와 같은 방안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산불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버들골에 있는 연못에는 댐에서 버려지는 하루 약 50톤가량의 빗물을 끌어온 후에는 항상 물이 채워져 있다.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생물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장마 때 빗물을 모아 천천히 내려가게 하면 홍수를 줄일 수 있으며, 모은 빗물을 가뭄 때 천천히 흘려보내면 도림천에 물이 항상 흐르고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빗물모으기’를 전국에 확산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전국의 모든 캠퍼스, 모든 건물 등에서 빗물을 잘 이용하면 수도요금 절약뿐 아니라 지역적 문제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해결, 홍수의 방지, 친환경 조성, 안전성의 확보, 하천의 건천화방지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그 결과는 국민의 세금을 줄이고,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성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돌아온다. 빗물은 태양에 의해 증발해서 걸러진 순수한 증류수로서 자연계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다. 다만 빗물 속에는 공기 속에 있는 오염 물질, 즉 황이나 질소 산화물과 같은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는데, 그 양은 하천수나 수돗물에 녹아 있는 양보다 훨씬 작다. 또 먼지나 황사 같은 것도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은 비교적 쉽게 가라앉는다. 그렇게 때문에 깨끗한 지붕이나 땅에 떨어지는 빗물은 간단한 거름 장치와 자연적인 침전만으로 청소나 화장실, 조경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약간의 처리만 추가한다면 먹는 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때 들어가는 비용과 에너지는 강물을 처리해서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적게 든다.

이쯤 되면 빗물이 인간은 물론 자연생태계의 생명까지도 자자손손 살릴 수 있는 생명수라고 볼 수 있다. 물이 부족하다면 해결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물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물을 적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자세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에 반해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에는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절약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풍부한 양의 물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면 어떻게 부족한 물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해답은 빗물에 있다.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16개의 보의 저수율은 높지만 관로가 없어 물이용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충청권 가뭄은 재앙수준이다. 여름 장마가 실종됐고 폭우를 동반한 9월 태풍도 중국, 일본으로 향하고 한반도를 통과하지 않은 탓이다. 충남 서북부 8개 지역과 충북 단양은 이달 초부터 제한 급수에 돌입했다. 저수율이 뚝 떨어진 경기도와 충청도에서는 내년 논농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수도권 식수원까지 위협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1년 동안 내리는 빗물의 총량은 약 1,240억 톤으로 세계평균 1.6배로 많은 편이지만 이 가운데 517억 톤이 대기 중으로 증발해 버리고, 나머지 723억 톤은 흘러 내려가며, 이 중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386억 톤 정도로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는 한 해 약 10억 톤의 물이 부족할 거라고 하는데 빗물은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훌륭한 대안이다.

이처럼 빗물은 훌륭한 물 자원이다. 토양 오염이 심해지면서 깨끗한 지하수를 찾기가 어려워졌고, 강물 역시 강 유역의 주택, 공장, 축사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럴수록 빗물을 모아서 깨끗한 물을 넉넉하게 저장하면 충분히 물이 부족한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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