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씨는 곧 태도다
말씨는 곧 태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08 18: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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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표/경남한국화가협회장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다. 꿈이 많았던 젊은 시절 혈기 왕성한 머릿속엔 무엇이든 그림을 그리려는 용기로 꽉 찼다. 할 일도 안하고 그림 그리기에 진도도 나가지 않은 동료 모습을 보면 왜 저렇게 게으름을 피울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림에 몰입했던 왕성한 시간들이 행복했던 것은 계속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틈틈이 짬을 내어 몸에 배였던 잔잔한 상념의 뿌리들이 나의 생각을 사로잡았는데 바로 습관이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 이것을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니 그 답은 왕성한 의문점과 사랑과 배려가 아닌가 싶다. 열정이 많다는 것은 어디엔가 흥미 있는 시선의 초점을 현재에서 찾기 때문인데 관심의 대상에 열정과 사랑이 넘쳐나지 않으면 감동이 없어지면서 효력도 반감될 것이다. 이 시간 수백명씩 생활하는 성장기 아이들의 거대한 하루 상을 관찰해 보기 위해 좋은 컨디션과 철학으로 새롭게 무장해서 만나본다. 대화를 통해서 가정에서 깨지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수업시간이나 개별 상담 시간을 통해 말씨나 태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해보다는 부정적 시각이 압도해버리면 부글부글 끓는 감정으로 내가 죽기에 아이들과 관계 맺는 훈련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개인으로 태어나지만 반드시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이런 사회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말이나 태도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앞날을 예견하는데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이 많이 웃어야 아이들이 따라 웃는다. 집에서도 아버지가 웃으면 어머니가 웃으면서 자녀들이 웃게 되어 있다. 아버지가 화를 내면 어머니가 신경을 쓰고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그 가정에 웃음이 사라진다. 지금의 중3 아이들이 이천년 밀레니엄 태생들이다. 어려운 성장기에서 웃음을 잃은 탓일까? 학습습관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것을 확인하면서도 교사 역시 어찌 할 수 없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 어느 학교에 가도 대답은 비슷할 것이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교육은 무너졌습니다. 학교에서 교육은 사라졌습니다.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은 입시 기능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생생히 들릴 것이다. 그러면 왜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 답을 찾아보면 아이들이 가정에서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라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생활자체가 바쁘다보니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서로의 친밀한 대화를 통한 이해 폭을 좁히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랑과 존중, 배려, 권위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자라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도 친밀감을 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말씨와 태도인데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사전 인식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감성의 문제가 앞서기에 소통에 있어서는 표정과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감사는 감사를 낳고 불평은 불평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서로 고맙다는 말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금 늦게 들어오는 아이라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집에 안 들어오고 가출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이 건강하면 속으로 참 감사할 일이다.

가정에서는 부부관계의 언어소통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인데 문제의 자녀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다. 부부관계만 아름답게 해도 우리의 자녀들에게 많은 아름답고 가치 있는 유산들을 물려 줄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한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등을 보고 산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보고 만나는 그 속에서 관계를 맺는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조그만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인데 뽀루통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뒤로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김교수 이박사 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웃음이 흐른다. 짜증이 나더라도 정서를 앞서 가져야 한다. 학교로 찾아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다가도 자기 아이 칭찬하는 한마디에 갑자기 조용하기도 하는 것이 부모 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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