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도 자산을 보유하자
노후에도 자산을 보유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09 17:5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서구사회에서는 유언장이 일반화되어 있다. 특히 앞으로는 유산 상속과 관련된 유언장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의 100% 유언장을 남긴다. 부자뿐만 아니라 물려줄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모라면 반드시 유언장을 작성한다. 유언장이 없으면 남은 유산은 법원에 의해 처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언장으로 인해 자녀들과의 관계의 끈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나눠줄 재산이 없는 부모들은 자녀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물려줄 재산이 없으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고, 부모로 대우해주지 않는 게 요즘 세태가 되어 버렸다. 안타깝지만 이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재산이 있는 부모를 둔 자식들은 자신의 권리가 유언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행사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부모가 혹시 다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주의한다.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소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덕분에 부모는 노년에도 자녀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다. 슬픈 현실이지만, 이것이 노후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리고 그 기대가 어긋나면 크게 실망한다. 그러나 자녀는 다르다. 자녀들은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부모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집착에 이르는 부모는 있어도,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집착하는 자녀는 없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효도’가 최고 미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효도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니 부모를 돌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속출한다고 해서 놀랄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못된 일부 젊은이들은 “의무적으로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부끄럼 없이 지껄이고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통탄스럽고 통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냉혹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부모세대들은 스스로 현실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의 자산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한다. 자녀와의 관계의 끈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노후에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늙으신 부모를 보살피지 않는 자는 아무리 위대한 성공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승리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이제 그런 세상은 거의 사라진 듯 보인다.

나이 많은 부모가 마지막 남은 집이나 현금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자식의 뀀에 빠져 집을 팔거나 가진 자금을 주고 나니 연락조차 끊어버리는 자식들이 있는가 하면 돈 때문에 배우자를 죽이지를 않나, 돈 때문에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고 돌아서지를 않나, 가정을 정갈하게 지켜야 할 주부가 돈 때문에 정조를 팔지를 않나, 돈 때문에 형제지간에 원수가 되지를 않나, 돈 때문에 청부살해를 일삼지 않나, 돈 때문에 의리를 배신하지를 않나, 권력기관이나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돈의 유혹에 취해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지를 않나…,

이런 사례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가끔씩 듣고 보곤 한다. 또한 그런 사례들을 모아서 요즘은 TV에서 ‘이것은 실화다.’라는 제목으로 방영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노라면 소름이 끼치고 치가 떨리기도 한다. 사람이 산다는 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충(忠)과 효(孝)’를 국가 이념으로 하면서 땀 흘려 일하면서 효자 효부 상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존경을 받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너무 나쁘게 너무 악랄하게 너무 치졸하게 변해버렸다.

그런데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고 수많은 연구 성과들을 나열해도 알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여생에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들,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파스칼의 ‘팡세’와 알렉시스 카렐의 ‘인간, 이 미지의 존재’를 권하고 싶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돈은 애초부터 goods 이지만 앞으로도 더욱 goods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식들이 늙으신 부모를 기꺼이 보살필 수 있도록 만든 부모가 바로 승리자이다’라고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