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 하동
살기 좋은 도시 하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0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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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대다수 하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두 달 전부터 속에 천불이 나 있다. 지난해 혈세 5억을 들여 시공한 하동초 감람석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나왔다는 뉴스를 접한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그런데 군도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이 없고 군의회도 특위를 구성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보기 좋게 묵살하고 있다.

게다가 뿔난 학부모들의 염장을 더 찌르는 것은 하동군이 지난달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년 리브컴어워즈 국제대회’때 ‘살기 좋은 도시상’ 은상을 수상했다고 늘어놓는 이 자랑이다. ‘리브컴 어워즈(LivCom Awards는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공인하는 비영리단체로 이 상은 ‘녹색 오스카’로도 통하는 환경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라는 건 안다.

그러기에 지난 번 순천이 이 상을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랬던 만큼 하동군이 올해 이 영예를 안은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왜 하필이면 감람석운동장 사건이 터진 이때 이런 큰 상을 받는가. 군의회에서 군수 자리가 비어 있는 채 의원이 이 문제의 질의를 하도록.

하동초 감람석 운동장 앞에 서서 약 10년간 뜸만 들이는 저 애물단지 갈사만을 생각하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2004년 갈사만을 하동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개발하려 할 때 분명히 반대를 했다. 만약 그때 갈사만을 순천만보다 앞서 갈대밭으로 개발을 했다면 오늘 하동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리브컴 어워즈’의 은상이 아니라 금상을 받았을 것이다. 생태수도, 그것도 순천보다 먼저 차지하고. 

하동군 관계자는 “친환경 생태도시를 테마로 한 홍보영상물과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녹색 정책을 비롯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추진, 국제슬로시티 한국총회 글로벌포럼 개최, 역사와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친환경 정책 등을 제시해서 이번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힘을 줘 말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 상이 하동군의 천혜의 보고(寶庫)인 남해바다와 지리산과 섬진강의 후광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동안 하동군과 조유행 군수는, 2007년 환경부 주관 생태친화도시 우수상, 2007년 2008년에 대한민국 친환경대상을 연속 수상 등 환경 분야에서 크고 작은 상을 많이도 받았다. 하지만 그건 하동의 이런 자연 환경들이 각종 친환경 생태 정책을 추진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번 살기 좋은 도시상은 자연 및 인공조경의 개선, 예술·문화 및 유산의 보전, 환경우수사례, 지역사회 참여 및 권한부여, 건강한 삶, 지역사회 미래에 대한 전략 등 6개 분야의 심사를 거쳐 확정됐다.

그럼 여기서 냉철하게 한번 짚어보자. 오늘 하동은 자연에서 인공을 가고 있는가. 인공에서 자연으로 가고 있는가. 갈사만과 대도와 청학동은 접어두고 하동초 운동장부터 보자. 과반수이상의 학부모들이 애초 분명히 천연잔디를 원했었다. 그런데 당시 교장을 비롯한 몇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100년이 넘는 하동의 중심 학교를 저 모양 저 꼴로 만들어 놨다.

시간이 가면 4년 전 기름유출 사고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태안반도의 재판이 하동에서 재현될까봐 두렵다. 석면 피해는 20, 30년 후에 가서야 나타난다니까. 그래도 하동군은 큰 상 하나 받은 것만 자랑하고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중장기적인 대책들을 세우려들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동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얼마든지 뽑을 수 있다. 한때 하동군정지표가 ‘웰빙휴양시티 하동’이었던 만큼. 이는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군정지표가 아니었다. 그러다 현 국회의원선거구를 유지하자니 주민등록을 하동으로 옮기는 이에게는 돈까지 얹어주는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지난 주 1일과 3일, 절친한 친구 둘(2가구 8명)이 진주로 이사를 갔다. 군은 하동을 귀향 1번지라고 자랑하지만 그 뒤에는 하동을 떠나는 사람들도 이들처럼 계속 되고 있다. 살기 좋은 하동? 이삿짐이 들어오고 나가는 숫자 중 어떤 숫자가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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