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 역사 잊어서는 안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 역사 잊어서는 안돼
  • 글/한송학·사진/이민규기자
  • 승인 2015.11.11 14:2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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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 진주시지회 임복이 지회장

▲ 임복이 회장은 가족을 잃은 슬픔이 있지만 인터뷰 내내 밝게 웃으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역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진주시지부를 맡고 있는 임복이(69) 회장은 인터뷰 내내 밝게 웃으면서 기자의 질문에 답했지만 미소 띤 얼굴 넘어 내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인터뷰 도중 복받치는 울음을 참기위해 수차례 떨리는 목소리에도 억지로 크게 소리치며 당당하게 미망인회를 소개했다. 대한민국전몰군경 미망인회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들 아내들의 단체이다. 미망인회는 6ㆍ25와 월남전에서 전사 또는 부상을 입고 전역, 군인·경찰·소방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사망하시거나 다친 국가유공자들의 아내들의 회원으로 하고 있다.
임복이 회장은 1997년부터 진주시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가족을 잃은 슬픔과 경제력 상실로 어려운 인생을 살아온 대부분의 500여명의 회원은 미망인회를 통해 서로 위로하면서 순국자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복이 회장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보훈회관이 문을 여는 날은 매일 출근해 어떻게 하면 회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아갈 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지역의 기관 단체를 찾아가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 회장은 “우리 할머니들은 정말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다. 남편 잃고 혼자 자식 키우면서 살아온 세월이 어디 눈물뿐이겠는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살아온 할머니들이 이제는 나라도 좀 살만해 졌으니 남은 여생은 편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나. 이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역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복이 회장과의 인터뷰이다.

-회장직은 언제부터 맡았나
▲97년부터 지회장을 맡고 있는데 임기가 4년이니깐 두번째이다. 회원들 대부분이 살기가 힘들어 회장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살기가 나은 내가 했다.

-뭐가 낫다는 것인가
▲아들 셋 키우느라 세상에 있는 없는 고생은 다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저는 공무원이 됐고 정년퇴임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은 제가 회장을 맡았다. 그래야 협찬을 받아 회원들에게 더 많이 줄 것이 아닌가.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내가 조금 더 살기가 나으니깐 욕심을 못내는 것이지.

▲ 지난해 6월 MBC컨벤션진주에서 전몰군경 미망인을 위한 사랑의 쌀 기증식을 가졌다.
-어떻게 살아오셨나
▲말로 할 수 없는 고생이 많았다. 아들 둘에 배안에 아들하나 들어서서 남편이 월남에 갔다. 그런데 전사했다. 남편 초상치고 바로 아이를 낳았다. 또 둘째는 몸도 안 좋아서 병원이 있는 부산으로 갔다. 부산에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보따리 장사를 했다. 여자 혼자서 아이셋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낙동강 물 절반에 내 눈물일 것이다. 진주에 와서는 집이 없어 경로당 청소를 해주면서 경로당에 달린 작은방에서 아이들과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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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아내들의 모임
경제적 어려움 지원·위로
남은여생 편히 도움주고파 

월남으로 떠났던 남편 잃고
아들셋 홀로 고생하며 키워
어려움 알기에 모든일 앞장 

의료 혜택·연금 개선 필요
국가 많은 관심·지원 부탁

슬픈 역사 잊혀지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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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박물관에서 퇴직을 했는데
▲이렇게 어렵게 살아오다가 그래서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보훈청에 의뢰해 진주박물관에 청소 일을 얻었다. 박물관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관리직으로 옮겨 일하다가 퇴직했다. 퇴직을 하고 나서 지금 회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훈회관에 회원들은 많이 오시나
▲저는 보훈회관이 문을 여는 날에는 매일 온다. 또 저와 보훈회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20~30명의 할머니들도 매일 온다. 보훈회관 휴게실이 사랑방인 것이다.

-경로당도 좋지 않은가
▲한번은 보훈회관 시설에 지원을 좀 해달라고 나라에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경로당에는 의료기구들도 많고 한데 말이지. 그랬는데 하는 말이 경로당에 가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런데 경로당에는 할머니들이 가기를 싫어한다. 경로당에 가면 남편 이야기, 자식 자랑이 대부분인데 그런 말들이 우리 할머니들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그래서 조금 시설이 안 좋아도 여기 보훈회관에서 모인다. 같은 처지의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 국민건강보험 산청지사에서 6·25 전몰군경 미망인회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회원은 몇 명인가
▲진주시지회에는 500명 가까이 된다. 대부분이 한국전쟁의 미망인들이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오신 분이다. 남편 시체도 못 찾고 수절을 하고 평생 지낸 분도 있고, 자식이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 남편이 부상을 입고 집으로 왔다가 돌아가신 경우도 있다.

-회원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어렵게 사는 분들이 너무 많다. 한 집의 가장이 죽고 다쳤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당시에는 국가에서 보상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이제는 나라도 좀 살만해 졌으니 좀 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고 목숨 걸고 외국 전쟁터에서 외화 벌어오고, 지금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누구 때문인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시대가 지날수록 잊혀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회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회원들은 대부분이 고령이다. 80대 이상도 많다. 그래서 하루 일과가 한의원 가서 침맞고 병원가서 물리치료 받는게 일이다. 고생을 너무 하고 살아서 아픈데도 많은 것 같다. 근데 우리 회원들끼리 하는 말인데 ‘명을 참 길다’라고 말한다. 한달에 받는 국가 지원금도 병원비로 다 나갈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미망인회는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 상의군경회 등 보훈단체 회원들은 지정병원이 있어 무료로 진료가 가능한데 말이다. 미망인회는 20% 감면혜택만 주어진다. 나라에 희생한 가족들은 남은여생을 좀 편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나.

-미망인회에 어떻게 도움이 필요한가
▲국가에서 회원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저는 이제 아이들 다 잘 키웠고 연금도 나오고 생활하면 되지만 이렇지 못한 분들이 너무 많다. 나라도 이제 어느 정도 잘 살지 않은가 연금을 인상시켜줘야 한다. 의료 지원도 절실하다. 그리고 진주 보훈회관에 유족회, 미망인회, 상이군경회와 함께 사용하는데 좁다. 한번에 많은 사람이 오기도 하는데 주차장도 없고 불편한 것이 많다.

-안타까울 때는 언제인가
▲제일 안타까울때가 6월 호국보훈의 달과 설 추석 명절이 있는 때이다. 이때 할머니들 찾아가보면 외롭게 있을 때가 많다. 또 명절이라고 진주는 통장에 2만원씩을 준다. 다른 지역은 지원이 더 많을 것으로 아는데 진주도 좀 올려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잊혀져 가는 것 같다.

-잊혀져 간다는게 무슨 말인가
▲예전에는 지역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원도 많이 오고 했는데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관심이 예전만큼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 학생들이 보훈회관 앞을 지나가면서도 뭐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미망인회도 6·25전쟁과 월남전쟁 피해자들로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다. 역사가 잊혀지면 안 되는 것이다. 슬픈 역사일지라도 말이다.

▲ 진주미망인회 등 3개 보훈단체 주최 백일장 대회를 지난해 6월 6일 현충일에 개최됐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유족들이 전쟁 등으로 가족을 잃고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살아왔는지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가족이라도 좀 편하게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지 않겠나. 다른 어려운 곳도 많은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다시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 나는 괜찮다. 우리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저의 바람이자 꿈이다. 글/한송학·사진/이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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