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취업박람회
알맹이 없는 취업박람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12 16: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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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각 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취업박람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타이틀과 장소도 다양하게 구청과 시청, 전시장, 대학, 취약계층 맞춤형, 여성전용 등 일자리를 찾는 사람과 일자리 연결을 해주겠다고 홍보하는 취업박람회도 많다. 박람회장에는 각 부스마다 구직자들의 원서를 받고 상담하는 사람과 일자리를 잡겠다고 찾아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겉모습만 보면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혹시라도 취업의 기회가 있을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아온 취업박람회는 그저 박람회일 뿐이다. 회사 담당자와 직접적인 면담을 해보지만 이력서만 접수할 뿐 당장 채용의 결정은 거의 없거니와 채용부스는 형식적인 몇가지의 질문을 한후 서류를 받아두고 상담을 끝낸다. 이러다보니 수차례의 구직면담을 받아본 구직자도 큰 관심도 없고 진지한 대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만다. 특히 구인자인 회사관계자들은 지자체나 정부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다양한 기업도 많고 취업조건도 괜찮은 회사가 참여하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의 적극성도 낮은것이 취업박람회장의 현주소다. 실질적으로 몇 명이나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날 수 있을까? 실제로 취업박람회를 가서 들어본 결과는 스펙도 스펙이지만 해당 분야의 경험을 요구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업무의 경험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받쳐줘야 관계자의 눈길을 끌어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직조건에서 차별을 없앤다고 하지만 아직도 엄연히 학력과 나이 성별에 대한 차별도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회사도 회사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된 풍조로 겉으로는 제한 없이 지원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출신학교, 나이, 성별 등 구직자의 개인 신상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 구직자들은 이를 잘 모르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많은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내게 되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입사는 하지 못하고 결국 입사지원만 몇 년 하다가 지쳐 정규 일자리는 포기하고 알바족으로 전락하고 만다. 수많은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이론과 현실의 큰 거리감을 맛보게 되는것이다. 학창시절과 사회생활은 큰 차이가 있음에도 그 누구도 사회생활에 대한 솔직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는다.

사회에 첫발을 내딧는 청년들은 직접 여기저기서 부딪히고 경험하며 알아가야 한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 청년들에게 현실을 가르치는 곳은 드물다. 오로지 학창시절에는 공부만 강요받다 졸업후 취직을 하려고 하지만 수십차례 취업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받은후 실제로 취업벽이 너무 높은것을 알고는 취업을 포기하고 만다. 대학만 나온다고 취업이 되는 시대도 아니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해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않은 요즘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젊음의 열기를 빼앗아 버린 것은 기성세대이다. 늘어난 기대수명은 더 움켜쥐면 쥐었지 나눌 줄은 모르고 주위는 상관없는 이기주의로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의 발전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한 계층을 차지하고 있는 활동성 강한 동력이 떨어지면 나머지 시스템의 퇴보도 시간문제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알맹이 없는 취업박람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정부는 예산과 입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연간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어도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자리 창출에 핵심적인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거나, 노동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나아가 취업박람회가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구직의 기회를 제공할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준비와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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