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자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16 19: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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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청년기에 품기 쉬운 불만 중 하나가 사회를 향한 불만이다. 빈부 차가 너무 심하다든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자신이 바꿔보겠다며 의분(義奮)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주변을 두루 헤아리지 못하고 가끔 돌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사회 정의를 남발하곤 하는 것이다.


그들의 불만은 지방이나 시골에는 엄청나게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노동자들도 무척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데 권력을 가진 자나 사업가를 비롯한 부유층들은 사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사회는 붕괴시키고 그들을 모조리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하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나 계획도 없이 단지 감정 하나만으로 사회를 뒤집어 엎어버리겠다는 것은 무모하고 무모할 뿐이다. 빈부 차가 심한 사회이니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빈부 차를 없애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인가? 결국 그런 분노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업가나 사업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 정치가들을 말살해 가난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 정의라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정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또 다른 부조리를 낳아왔다. 사회나 역사에 대한 넓은 안목의 관찰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바로 ‘지적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 불만이 단순히 주관적인 것인지 정말로 사회가 잘못된 것인지 머리를 식히고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하루라도 빨리 붕괴시켜야 할 사회인지를 다른 나라와 비교라도 해 보기도 하고, 사회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해 보기도 해야 한다. 그러면 그 때까지 느꼈던 불만이 무척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서, 사실은 자신의 무능력이나 좁은 소견이나 편견에서 비롯된 조바심에 지나지 않은 것이란 점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어느 사회나 부조리와 불평등은 있어 왔다. 즉 파라다이스의 세상은 없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조바심에 대한 인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름으로써 비로소 자기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회를 개혁한다든지 하는 거창한 차원에서가 아니라 우선 가까운 자기 주변 상황을 정리해 보면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어떤 좋은 집안의 아들이 일류 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아 불평만 늘어놓았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놀기만 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취직이 안 되는 것을 사회 책임으로 돌리면서 불평불만으로 가슴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중년이 되도록 취직을 못하고 부모와도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간단한 사실을 모르고 나의 밖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니 찾아지지가 않는다. 늘 답답하기만 하다.

극단적 상황의 불행에 대처하는 법과 일상생활의 불만을 해소하는 법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자칫 범하기 쉬운 또 다른 극단적 행동을 막기 위해서이다. 마음의 절대적 평화를 얻는다며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궁극적 정의를 실현시킨다며 과격한 행동으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극단적인 감정들을 일상에 적용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른다. 해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평과 불만으로 보이는 양극 세계를 분별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는 성숙하게 된다. 행복의 구조도 마찬가지다. 신비로운 세계에서의 행복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해내기 어려운 일을 했다거나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사업을 일으키는 등의 중간 단계쯤의 행복도 있다. 주관적인 행복과 객관적인 행복이 조화를 이룬 단계의 행복이 아니면 극단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의 집회는 경찰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고, 공공기물을 파손했다. 이것은 소위 ‘과잉민주화’, ‘천민 민주주의’이다.

우리 사회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고, 성직자도 있고, 범죄자도 있고,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고,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는 너무도 복잡한 구조로 구성되어있다. 그것 자체를 긍정하고 인정해야 한다. 부정하면 감정적이 된다. 그런 것을 인정하는 넓은 시각에서 조화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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