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와 로컬푸드
신토불이와 로컬푸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17 18: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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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ㆍ경남환경연구원장

신토불이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것은 1989년부터이다. 당시 농업 분야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이 임박할 때 농협중앙회가 ‘우리 농산물 애용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는데 지금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고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의“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 노래제목이기도 하다.


신토불이의 어원을 따지면 <동의보감>에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는 표현이 있고 중국 원나라 때의 <노산연종보감>에는‘신토불이’라는 게송이 있는데 여기에 “몸과 흙은 본래 두 가지 모습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신토불이라는 말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불교의 불이(不二)사상에서 나온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용어이다.

일본 위키백과에 의하면 “이 말은 1907년 일본의 육군 약제감 이스즈카가 식양회(食養會)를 만들었는데, 이는 식사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단체로 ‘자기 고장의 식품을 먹으면 몸에 좋고 남의 고장 것은 나쁘다’라는 말을 불전에 있는 말 ‘신토불이’를 찾아내 쓰게 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1989년 농협회장 한호선씨가 한국에 가져가 사용하게 되었다“라는 기록이 나타나 있다.

어원이야 어쨌든 “자기 고장에서 나는 식품을 먹는 것이 외국에서 수입해 온 식품보다 건강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신토불이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건강 상식이 되었다. 실제로 한 연구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100세 이상의 장수자를 조사한 결과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신토불이가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식품수입량은 1인당 468kg으로서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매일 1.28kg의 수입식품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1인당 식품수입량은 일본(370kg)이나 영국(411kg), 프랑스(403kg) 보다 많은 양으로서 우리나라의 수입식품 의존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입식품 의존률이 높기 때문에 식량자급율은 30%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식량부족을 전혀 실감할 수가 없다. 또한 벼농사 재배면적이 계속 줄어드는데도 쌀은 자급이 되고 쌀이 남아도는 형편이다.

수입식품에 대응하여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역의 식품이라는 뜻의 영문자로 지역농산물을 가리킨다. 지역농산물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생산지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소비되는 식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국내의 경우 운송거리가 50km 이내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을 가리킨다. 로컬푸드는 운송거리가 짧기 때문에 운송수단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발생을 줄이고, 식품의 영양과 신선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컬푸드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된 민간 주도의 운동으로서 일본에서는“지산지소운동”이라고 표현한다.

로컬푸드운동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소비문화운동으로서 우리말로 표현하면 ‘지역 먹거리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협에서 신토불이 창구를 만들어 지역농산물을 팔기 시작하였다. 로컬푸드 매장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유통과정없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구조이다. 특히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이 직접 가공하고 포장한 뒤 가격을 책정해서 매장에 내놓고 재고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로컬푸드 매장의 장점으로서는 반드시 지역 농산물만을 판매해야 된다는 점과 신선농산물의 유통기한은 단 하루라는 점이다. 또한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다품목 소량을 취급하여 친환경농산물로 인증되었거나 잔류농약 검사를 통과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학교나 집의 빈터, 베란다와 건물 옥상에 텃밭 만들기와 텃밭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기, 지역 농산물로 학교 급식하기 등이 있을 수 있다. 직장에서는 빌딩 옥상을 텃밭으로 이용하는 방법 등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쿠바의 하바나 시에서 도시농업을 통하여 식량 자급율을 95%로 높인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수입식품과 대항하는 식품이 신토불이 식품이다. 신토불이란 사전에서 찾아보면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서 자기가 사는 땅에서 나는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수입식품의 범람시대에 일반인들은 신토불이를 건강과 관련시켜 생각하겠지만 수입경로를 살펴보면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직결되므로 신토불이가 바로 환경보전운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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