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판드레우들, 어쩔려고 이러는지요
한국의 파판드레우들, 어쩔려고 이러는지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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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

강길선/진주시의원(한나라당)
얼마 전 유럽연합(EU)의 그리스 지원방안에 대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섰다가 EU의 지원 보류에 겁을 먹어 국민투표안을 철회했다.

무상으로 지원 받아온 사람에게 계속 지원을 받겠냐 아니면 받지 않겠느냐를 물어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그리스 총리의 넌센스를 EU가 직접 나서서 지적하고 막은 것이다.

일국의 대표가 전세계적으로 무책임하고 무력한 정치가로 낙인찍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다름 아닌 잘못된 복지가 만든 ‘공짜 국가’의 해악이다.

그리스는 80년대 초 좌파인 사회당이 집권한 후 말 그대로 복지 천국이 시작되었다. 공공부문을 무분별하게 확장한 나머지 인구 1100만 명인 나라에 공무원이 85만 명이나 되며 이는 12명에 한 명 꼴이다. 무상교육으로 다들 학교는 나오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실업률이 40%를 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국민도 행정가도 정치인,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오고야 말았다.

이러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기에 앞서 한 가지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복지 포퓰리즘’이 나쁘다고 말할 때 지목하는 쪽은 ‘복지’가 아니라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복지 그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복지‘정책’은 얼마든지 나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쁜 복지 정책이란 이런 것이다. 복지에 길들여져 국민을 게으르게 만드는, 개인이나 집단의 자생력을 없애는 복지정책은 나쁘다. 그리고 복지를 자기 진영을 위한 정치적 소재로 동원하는 경우는 더욱 나쁘다. 앞의 경우는 정책적 능력이나 정책적 판단의 문제일 수 있지만 뒤의 경우는 ‘태도’ 자체가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진주시의회는 한 달여 전 추경예산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틀니사업 예산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른바 진보진영에 속하는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차원의 지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일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공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령 이 사업의 대상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보는 3~40대 학부모처럼 유권자 수도 많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지지율이 높은 세대였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

모든 정책은 정책효과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 할지라도 구체적 정책이 항상 의도한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복지의 방향이지 학교에서 당장 전면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절대선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면적 무상급식이 나쁜 일이라는 게 아니라 재원의 문제, 다른 복지정책과의 우선순위의 문제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자꾸 선악으로 구분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인구 1인이 부양해야 하는 노령자의 수는 계속 증가일로에 있고 무상복지 내역이 증가할수록 전체 복지예산 마련을 위해 1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결정하는 정책들의 효과는 우리 아들딸 세대에게 직접 돌아가게 된다는 말이다. 당장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 것처럼 눈가림할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드러날 거짓말일 뿐이다.
이런 명백한 사실들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갑작스런 복지논쟁을 일으키는 일, 더구나 ‘나쁜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를 ‘복지’에 반대하는 걸로 호도하는 이유는 뭘까. 내년 총선과 대선을 빼고는 설명이 힘들어 보인다.

이런 경우에도 실제로 부담을 지는 후세의 한국인들은 아직 유권자가 아니니 충분히 무시할 수 있다는 계산인가보다. FTA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얘기가 나왔다. 모 아니면 도로 국론이 나뉘는 게 자기에겐 유리한 사람의 접근이다. 아마 조금 더 지나면 무상급식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들의 태도를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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