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님을 보내며
김영삼 대통령님을 보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24 18: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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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참 잘 살다 가셔서 더 감사하다. 한 사람으로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여러모로 잘 살다 가셨다. 그래서 더 가슴이 뭉클하고 고맙다. 우선 자연적 생명으로도 장수하셨으니 장하시다. 거의 구순까지 사셨으니........ . 그래도 마지막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사람은 연세가 들면 몸의 모든 기관들이 이제 더는 제 할 일을 못하겠다고 늑장을 부린다. 혈액도 잘 흐르지 못하고 탁해진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병균이 들어와도 싸워 이기지도 못한다. 몸에 피가 돌지 않으니 다른 모든 장기들도 힘이 부친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친구의 어머니가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시다.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하필 전쟁직후에 시집을 가서 그 어려운 시기에 시집살이까지 하신 분이다. 지난해 가을에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회복하시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형제들 중에 엄마와 가장 가까이 사는 내 친구가 지난 일년간 꼬박 간병을 했다. 친구는 나를 만나면 힘들다고 푸념을 해댔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도 지병이 있어 환자인데 환자를 돌보자니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그러더니 며칠 전 새벽에 병원으로 모셨다. 병원에서 진단한 병명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요도에도 문제가 있고 심장도 반밖에 움직이지 않고 피에는 병균이 많다는 것이었다. 말씀하시는 것도 아주 힘이 없단다. 그래도 친구를 알아보기는 한다고 말하는 친구도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늙어버렸다.

피에 병균이 많다는 말이 가장 가엾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넌지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러주었다. 친구도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그게 어제 일이었는데 오늘 점심 때에 김영삼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패혈증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니. 김영삼 대통령님의 업적이나 위대함보다는 혈관이 막혀서 고생을 하셨다는 소식이 더 마음이 아팠다. 호흡 곤란증이 마지막 사인이라니 더 가슴이 먹먹했다. 누구나 다 숨을 거두는 순간엔 고통스럽겠지만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한 사람이 태어나서 거의 구순을 사셨으니 장수하셨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시고 게다가 장수까지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 누군가 장수하면 그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운동하고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쉬었을 것이다. 보통으로 바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생활이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처럼 대통령을 지내면서 그런 알맞은 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하기 전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갖은 고초를 겪었다.

콧구멍을 발름발름 거리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연설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돌아가시고 나자 인상적인 몇 몇 장면들이 마치 실제 내가 함께 있는 데서 겪은 일처럼 선명하다. 누구든 정치하는 유명한 사람이 신문에 나는 것을 보면 여지없이 그 사진의 두 분이 생각난다. 김영삼 대통령님이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은단을 나누어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제목도 기억난다. 은단이야 나눌 수 있지만 대선후보 자리는....... 이라고 적혀있었다. 즉 대선후보 자리는 내놓을 수도 양보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우리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말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실제로 양보 없이 두 분 다 대선에 출마해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상하도록 그 사진이 잊혀지지 않는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야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민주화 운동의 한 복판을 사신 고인은 정말로 모가지가 비틀어지는 고통도 여러 번 겪었을 것이다. 또한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민주화를 견인하는 장닭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려고 얼마나 애쓰셨을 것인가! 당시 여당과 고인이 이끄는 당을 합당하는 전략으로 군부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 여러 반대 의견과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참으로 끈질긴 군부를 종식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는 동안에 ‘돈이 많아서 악 소리나게 해주께’ 하고 일갈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실제로 돈을 찾아다 천장에 놓고 도배를 했는데 자는데 돈이 떨어져 다쳤다는 말도 나돌았다. 사실인지 아닌지........... 어째든 금융실명제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고인의 지휘는 참으로 신명이 있었다. 국민들도 덩달아 신명이 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김영삼 대통령이 잘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짜 대단했다.

마지막 고인은 트위터를 통해서 자신이 할 말을 다했다. 이 부분은 확인할 길이 없기도 해서 나는 고민 없이 김영삼 대통령님이 직접 트윗을 한 것으로 보았다. 아니더라도 비서가 한 것이려니 생각했다. 연로하셔서 이제 말로만 의견을 말하면 비서가 대신 트윗을 올렸을 것이다, 라고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트윗을 고인이 직접 한 것으로 보면 인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을 찾아 끈질기도록 꾸준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현 정부의 실책을 넌지시 비꼬며 비판했다. 그 점도 참으로 고맙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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