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과 건강
철분과 건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29 18:1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창원/남해 들꽃 자연의학센터 원장ㆍ미국 가정의학 전문의ㆍ전 미국 의과대학 교수

소말리아 난민들을 치료하던 Murray는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영양실조까지 있는 수용소 난민들에게서 말라리아, 부르셀라증, 결핵같은 감염질환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이 난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에는 철분을 공급해 주고, 다른 그룹은 기존의 영양상태로 놔두었다. 얼마 후에 철분을 공급받은 그룹에서 엄청난 수의 감염질환자가 발생하였다. 원인은 철분이었다. 철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니 감염질환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을 관찰한 것이다. Eugene Weinberg라는 미생물 학자는 철분이 많은 배지에서는 세균이 특히 잘 자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뉴질랜드의 소아과 학회에서는 철분 공급을 더 많이 받는 소아에게서 감염질환이 많이 생기는 것을 관찰하였다.


철분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적혈구를 이루는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으로 폐를 통해 들어 온 산소와 결합하여 우리 몸 전신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독소를 해독하는 효소를 도우며, 당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 철분이 부족할 때 철분결핍성 빈혈을 유발하여 창백하고 어지러움이나 피곤함을 유발한다. 적정량의 철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문제는 과잉 철분이다. 우리 몸에 들어온 세균, 곰팡이, 원충류 등은 우리 몸에 있는 철분을 영양분으로 먹으며 생존하고 번식한다. 그러므로 과잉의 체내 철분이 감염 질환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철분은 암세포의 성장과 번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체내의 과잉 철분은 암을 악화시킨다. 우리 몸에 있는 과잉 철분은 또한 활성 산소의 생성을 부추기는데, 이는 세포의 노화와 파괴를 가져온다.

지금은 행해지지 않는 방혈 치료가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부분에 많은 역할을 감당했다는 것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방혈 치료는 감염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암의 위험도를 줄인다. 철분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를 감소시키며,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혈관벽에 싸이게 해서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 그러므로 방혈치료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많이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혈액의 점성도를 낮추어 혈액순환을 도우며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인슐린의 민감도를 높여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며, 나쁜 콜레스테롤 LDL은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HDL은 높인다. 방혈 치료는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줄여 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주므로 결국 노화방지와 암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다. 남성호르몬이 많으면 철분을 조절하는 Hepsiden이 줄어들어 철분이 많아진다. 남자가 여자보다 철분이 상대적으로 많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조금 높은데, 여자의 평균 수명이 남자보다 긴 이유가 철분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는 의사들도 있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에는 많은 양의 철분이 있다. 노인들이나 암환자에게 육류 섭취를 제한하라는 것에는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 몸의 철분 저장량을 줄이라는 메세지가 더 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현재 방혈치료는 시행되지 않는 치료법이지만 조만간 다시 부활되리라고 예상한다. 대한적십자사에서 관할하는 헌혈은 제한된 방혈치료의 하나이다. 2개월에 한번 씩 헌혈을 한다면 내 몸의 건강도 위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값진 일이 될 것이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