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祭祀)의 의미
제사(祭祀)의 의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30 18: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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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인간은 각종의 방식으로 의미를 지어내는 존재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대해서조차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하고, 또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놓고는 거기에 갖가지 의미를 붙인다. 승려들은 연꽃에서 정화(淨化)의 의미를 찾고, 기독교인들은 십자가에서 구원(救援)의 의미를 부여한다. 신자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보면 그것들은 그저 한 송이 꽃이요, 막대기 두 개를 교차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들의 의미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의미, 삶의 의미를 창조하고, 또 그것을 실현하도록 강요되어 있는 존재이다. 종교인들이 신(神)을 숭배한다는 사실은 그들이 온갖 회의와 허무를 극복하게 해 줄 삶의 의미 근원을 신에게 두고 있음을 뜻한다.


‘예기(禮記)’에 보면 “제사란 부모님 생시에 미진했던 봉양을 뒤미처 행하고 또 다하지 못한 효도를 계속하려는 것이다.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삶의 근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어느 민족이든 고유의 전통과 풍속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한민족에게도 오천년 역사와 함께 이어온 미풍양속이 있어 왔다. 예로부터 조상을 경건한 자세로 섬기면서 나라에는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충효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3가지 불효를--- 첫째, 부모를 곤경에 빠지게 하는 행위. 둘째, 직업을 갖지 아니하고 밥이나 축내는 무위도식하면서 부모를 애타게 하는 짓. 셋째, 조상의 제사를 섬기지 않는 것. 이라 했다.

조선 초기의 문인인 췌세옹 김시습은 ‘금오신화’라는 기전소설에서 제사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지에 제사 지내는 일은 음양의 조화를 존경하는 것이고, 산천에 제사 지내는 일은 기화(氣化)의 오르내림에 보답하려는 것이며, 조상께 제사 지내는 일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우리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서 이내 우리들의 의식과 삶에서 지우지 못한다. 이른바 ‘혈육의 정’으로 부모와 평생토록 긴밀한 유대를 갖고 살아온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은혜를 추모한다. 상처가 심하면 오래가고 아픔이 심하면 낫는 것이 더딘 법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선조와 후손은 혼백(魂魄)중에서 백(魄)을 연결 고리로 해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고 한다. 생전에 집착이 많은 사람이 죽으면 십중팔구 저승에 가질 못하고 귀신이 된다고 한다. 귀신이 되어서 구천(九泉)을 떠돌다가 후손들 앞길을 가로막거나 이유 없이 몸을 아프게 하는 작태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귀신들을 저승세계로 잘 보내는 치료가 천도재(薦度齋)이다. 그래서 조상이 죽고 나면 천도재를 지내서 저승세계로 잘 보내 드려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후손들이 정성으로 제사를 모시게 되면 백을 통해서 선조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던 소련의 우주비행사 가가린이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소비에트 연방의 국가원수겸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쇼프를 만났다. “우주에 가보니 과연 신이 존재하던가?”라고 물었다. 가가린은 “신을 봤다.”고 대답했다. 흐루쇼프는 무릎을 탁 치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신의 존재가 알려지면 공산주의가 무너지니까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가린은 이어 로마 교황청을 방문했다. 교황도 “우주에 가보니 신이 존재하던가?”라고 물었다. 가가린은 흐루쇼프의 엄명 때움에 “신은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황이 무릎을 탁 치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많은 교훈을 주는 내용들이 아닌가?

물에 빠져 죽으면 그곳의 귀신이 또 하나의 사람을 죽여야 그곳을 벗어난다는 옛말이 있다. 제사를 지내는 자손이 없는 귀신을 ‘고혼야귀(孤魂野鬼)’라고 한다. 제사 밥을 얻어먹지 못하는 귀신은 자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즉 귀신들 중에 보복을 하려고 재앙을 일으키는 귀신도 있지만 그것을 재미로 즐기려고 하는 귀신도 있다고 한다. 부모에게 불효하면 반드시 자식에게 보복당하고 죽은 부모 영(靈)의 해침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귀신은 인간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조상을 섬기는 만큼 조상도 나를 돌보아 준다고 하였다. 또한 후손도 그 모습을 보면서 부모를 섬기게 되는 것이다. 옛말에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고 했다. 은혜를 배신하는 행위는 곧 하늘에 죄를 짓는 것이다. 시제(時祭)의 철이라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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