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기
김장하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30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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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ㆍ시조시인

급식소 식당에서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선생님의 지도와 학부모의 협조 아래 숨이 죽은 배추에 양념을 치대며 김장실습이 한창이다. 앞치마에 고무장갑, 혹은 일회용 비닐 앞치마, 일회용 비닐장갑을 손에 끼고, 유치원과 1학년은 머릿수건까지 하고는 탁자에 비닐이 덮인 위에 놓은 배추와 양념을 가지고 김장을 담고 있다. 모두들 재미있어 하며 즐겁게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예쁘다. 나도 일회용 앞치마에 고무장갑을 끼고 배추에 양념을 치대며 김장을 담그고 있다.


작년에는 배추모종을 너무 늦게 심어서 아주 작은 배추를 가지고 김장실습을 한 경험이 있어서 올해에는 일찍부터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8월 말에 배추모종을 사가지고 와서 뒤뜰 학교 실습지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종을 학년별로 정해진 곳에 정성껏 심었다. 그리고 물을 주고 가꾸어서 김장을 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서 김장준비를 하였다. 삼일 전에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였는데 비가 왔다.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천막을 치고 저학년은 배추를 뽑고, 고학년은 배추를 다듬어서 소금으로 배추 속 고르게 빼어들게 뿌려 두었다. 물론 부모님 중에서 한 분이 오셔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튿날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었다. 물론 그날도 부모님 중에서 몇 분이 오셔서 아이들과 함께 하였다. 그리고 오늘에 완벽한 준비를 하고서 김장 담그기를 한 것이다. 담근 김장은 개인별로 반포기씩 나누어 집에 가지고 가서 부모님과 밥 먹을 때 먹도록 하였다. 그리고 김장을 담그지 못하는 몇몇 가정에는 플라스틱 통에 가득 담아서 나눠주는 교우 돕기도 하였다.

나는 농촌에서 자라서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하지만 한 번도 김장을 담그는데 함께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떨어진 밭에서 배추를 빼서 집으로 운반하는 것은 시간이 나면 도와주었다. 그러고 나면 어머니와 이웃의 아주머니들이 함께 배추를 씻고 소금으로 절여서 물을 뺀 다음 양념으로 배추김장을 담그는 것이었다. 배추에 양념으로 김장을 할 때 옆에 있으면 먹음직스러운 배추김치를 한 줄기 떼어서 입에 넣어 주곤 하였는데 김장김치가 제법 맛이 있었다. 그기에 두부나 돼지 수육이 있으면 금상첨화였다. 그리고 어머니가 담은 김장김치는 맛이 제법 있어서 모두들 부러워하는 김치였고, 나와 우리 가족은 어머니표 김장으로 1년 내내 밥반찬으로 먹었다. 요즈음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가 연세가 들어서 언제 김장을 담글 수 없을지 걱정이 된다.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지 못하는 김치를 먹어야 하니 말이다. 요즈음에는 마트나 슈퍼에 가면 김치가 포장되어서 냉장 진열대에 올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김장을 담그지 않아도 새 김치를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다. 어머니의 손맛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김장 담그기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일상에 바쁜 일 때문일 것도 있지만....

세월이 더 빠르게 흐르고 있어 얼마 되지 않으면 우리는 김장 담그기는 옛 추억으로 남고 모두가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김치를 먹게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큰 학교에서는 어렵지만 소인수의 작은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학교가 그리고 지역민들이 협조만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주고 정서적으로 아름다운 어린 날을 보낼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폭력을 멀리하고 서로가 도우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데 일익을 담당하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붉게 물들여가는 배춧잎에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부모님이 해주시는 김치만 먹다가 내가 담근 김치를 먹어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열심히 추억을 만들고 경험을 쌓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밝은 얼굴엔 하루해가 길지가 않다. 소복히 쌓여가는 김장김치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들도 곱게 자라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따라 학교 앞 숲에서 들여오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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