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네
눈이 내리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30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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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며칠 동안 눈이 전 국토를 덮었다. 아름다움도 더러움도 모두 덮어 순백색으로 하나가 되었다. 평생을 민주화에 몸 바치고 나라를 개혁하려고 노력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눈 내리는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평소와는 달리 많은 국민들이 아쉬움을 보이면서 존경으로 보내 드렸다. 그분 역시 개인으로, 정치가로, 최고 통수권자로 공도 있고, 과도 있었다. 하얀 눈이 모든 것을 덮어 버린다.

110년 전인 1905년 11월 30일 새벽, 충정공 민영환선생이 ‘대한제국 2000만 동포에게’ 유서 남기고 45세의 한창 나이에 자결로 순국하신다. 친일대신들과 대립한 충정공은 일본의 내정간섭을 적극 성토하다가 한직으로 밀려 난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조병세와 함께, 백관을 인솔하여 대궐에 나아가 이를 반대한다. 일본 헌병들의 강제 해산으로 실패하자 다시 모여 상소를 논의하던 중, 이미 대세가 기울어짐을 보고 스스로 단검으로 목을 찔러 돌아가신다.

“오호! 나라의 치욕과 백성의 욕됨이 이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 가운데서 진멸하리라. 대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반드시 죽고, 죽기를 기약하는 사람은 도리어 삶을 얻나니 제공은 어찌 이것을 알지 못하는가. 단지 영환은 한번 죽음으로 황은에 보답하고 우리 2000만 동포형제에게 사죄하려 하노라. 그러나 영환은 죽어도 죽지 않고 저승에서라도 제공을 기어이 도우리니 다행히 동포형제들은 천만 배 더욱 분려하여 지기를 굳게 하고 학문에 힘쓰며 한 마음으로 힘을 다하여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어서라도 마땅히 저 세상에서 기뻐 웃으리라. 오호! 조금도 실망하지 말지어다. 대한제국 2000만 동포에게 죽음을 고하노라”

그 날도 눈이 왔을까.

어떤 이들은 달관하여 “모든 것은 지나가고,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한다.
물론이다. 무릇 만사는 하나의 예외 없이 지나 갈 것이고, 만인은 태어나고 한명도 예외 없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의 일사일행도 기억되고 누적되어 큰 흐름을 만든다. 그러기에 일개 필부도 ‘나라와 세상의 흥망에 책임이 있다’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올바른 국민이라면 눈만 뜨면 서로의 발목을 잡아끌어 내리는 작금의 나라 정치판에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 그런 국회의원들은 누가 뽑은 것인가. 종교와 사랑을 빙자한,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는 역 주행하는 종교적인 테러가 난무하는 이 세계가 두렵고 싫을 것이다. 그런 사상과 종교의 완악함과 무자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모든 것의 뿌리에는 나의 관습에 뿌리내린 ‘나만이 익숙한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나의 종교, 우리의 국경과 사상, 체제에 대한 강한 주장이 서로의 가슴에 칼을 겨누고 있다.

이 모든 갈등을 넘어서 눈처럼 하얗게 하나로 통일 될 수 있는 밝음이 바로 종교와 사상을 넘어선 ‘홍익인간 철학’ 이다. 홍익철학을 배태한 우리의 천부경天符經에는 “태양처럼 밝음을 우러를 때,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있다.”는 가르침이 있다. 태양은 피부색, 국경, 사상에 따라 뜨고 지고 비추이는 것을 달리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을 ‘태양처럼 밝은 양심陽心’이라고 한다. 양심陽心은 흔히 도덕시험에 출제되는 말이 아니다. 바람과 어두운 구름을 넘어 더 높은 곳에 존재하는 한 결 같이 늘 밝은 태양과 같은 마음이다. 이 마음은 구지 배울 필요가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본연의 마음이며 바른 인성이기 때문이다. 드리워진 그늘처럼 ‘내가 먼저 비켜서서 걷어내면 될 문제’일 뿐이다.

양심이 살아나 하얀 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다. 반드시 오게 해야만 한다.

또 다시 다가오는 연말을 맞이하면서 나는 올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홍익철학을 지켜온 민족과 앞에 떳떳할 수 있는지’부끄러움으로 자문한다.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여 바른 양심, 밝은 인성이 살아있는 단군 성조의 홍익 정신을 정성을 다하여 실천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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