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보고
수능을 보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1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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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미로/산청 간디학교 3학년
11월 10일. 수능 날. 저 역시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이 인륜대사를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수능공부를 하며 제가 느꼈던 생각들을 좀 나누고 싶습니다.

전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좋아하는 공부로 교직이수를 해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 현재 꿈입니다. 이번에 진학을 원하는 대학에 수시지원을 했고 1차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학을 진학하려면 수능 최저등급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능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사실 대학에서 요구한 등급은 그다지 높은 등급이 아니었지만 3년 동안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조금 버거운 과제였습니다. 게다가 대학진학을 결심한 것은 올 해 여름. 시간은 부족했고 전 뒤늦게 ‘수능’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학원, 게다가 야자까지 하는 일반 인문계학교 학생들이 본다면 우스울 정도겠지만 전 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학과수업들은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가 아니었기에 저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전공실기(자기 주도적 학습 시간), 방과 후, 쉬는 시간 등을 이용해서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펜을 딱 놔버리게 되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생길 때였죠. 공부를 시작하며 눈에 띠게 줄어든 웃음과 수다, 수업포기, 온갖 과제 미제출, 동아리 활동 불참 등등 ‘수능’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학교에서 저의 삶은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저의 진로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았습니다. 제 스스로가 지난 3년간 고민해 왔던 소통, 생태, 대안적인 삶, 입시만을 위한 교육정책반대 같은 가치들을 모두 부정하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딱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주의자’.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삶을 사는 것, 인생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수능’이라는 틀을 위해 포기해 버리는 것, 대안교육의 소중한 가치들을 눈감아 버리고 옳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 가는 것….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현실에 벽에 부딪혀 대안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 제가 마음 아팠습니다. 하지만 전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이게 제 삶을 위한 맞는 선택이라 믿으면서 말이죠.

수능이 끝나고 이런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 매년 200명이상의 학생들이 수능 때문에 자살’(CNN)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현실의 벽에 굴복한 저, 입시정책의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대안학교, 과도한 경쟁으로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사회. 아직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많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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