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舞踊)
무용(舞踊)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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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조/premiere발레단 단장
무용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으레 듣게 되는 말 또는 반응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뭉뚱그려 보면 그 대략은 이러하다: 무용은 “어렵다”, 그래서 보고 있기가 “힘들다”

‘왜 어렵고 힘들지’ ‘사람이 나면서부터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과 사람이 죽기까지 가장 나중에 하는 것 ― 예컨대 ‘숨을 쉬기부터 숨을 거두기까지’는 ‘움직이기 시작해서 움직임을 멈추기까지’와 같은 것이니까 ― 이 바로 움직이는 일일진대, 왜 그 움직임들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사람과 가장 가까운 것, 언어 이전에 있는 것, 아니 한 사람 또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와 같다고 봐도 별 무리가 따르지 않을 그 “움직임들”이 왜 그다지도 어려운 것일까’ 어떤 이는 말할 지도 모른다. “무용은 단순한 움직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덧붙여서 한 마디 더 할지도 모른다. “무용은 인간의 추상적인 관념이나 사상 또는 삶의 경험들을 아름다운 육체적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움직임들이나 몸짓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과연 그럴까’ 생각해 본다.

꽤나 근사한 무용의 정의(定義)아닌가. ‘인간의 추상적인 관념이나 사상 또는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아름다운 육체적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예술”. 하지만, 이런 식의 정의 ―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대부분의 정의들이 이런 모습을 갖고 있는 듯도 하다 ― 에는 조금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솔직히 작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그렇다는 말이다). 바로 “거리(距離)”의 문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러한 정의의 방식과 한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방식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정의의 방식을 일상의 생활로부터 바라볼 때무용은 “너무 멀리 있다”. 무용을 정의하는 방식이 실질적 삶의 방식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니, 자연스럽게 무용이 세상에 있게 되는 방식 또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방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일상의 삶은 그다지 추상적이지도 관념적이지도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일상의 삶을 통해 하게 되는 경험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의 삶이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움직임들은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은 방식의 무용의 정의는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다.

무용은 여전히 멀리 있다. 무용이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몸’과 ‘마음’의 이원론적 구분에 있다. ‘육체’의 움직임을 통해 ‘사상’, ‘관념’, ‘아름다움’, ‘경험’등을 표현한다면, ‘몸’은 한낱 ‘마음’이 나타내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몸’은 여전히 ‘마음’에 비해 천대를 받는다. 몸을 천대하는 것이야말로 무용이 삶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용을 가까이 두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정의의 방식 즉, 재현(再現)의 관계에 바탕을 둔 정의의 방식을 탈피해야만 한다. 실질적으로 ‘재현적 모델’로서 예술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근대적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무용을 다르게 정의해 보는 시도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무용의 바탕은 우선은 움직임들이기 때문에 몸과 가까이 있다. 사상이나 관념과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용이 재현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무용은 재현적일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항상 재현의 틀에서 무용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무용을 삶과 보다 더 가까운 곳으로 끌어다 놓기 위해서는 우선 ‘무용은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아무 의미도 없는 움직임들일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바라보는 것이다. ‘삶의 모든 움직임들이 의미를 갖지 않는 것처럼, 무용의 모든 움직임이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무용이 심각한 무엇이 아닐 수 있을 때 조금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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