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오유균
시인 오유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15 18: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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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시인 오유균은 이제 사십대를 갓 벗어난 시인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도시 울산에 살고 있다. 울산에 있는 중공업에 종사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대기업체에서 일하며 시를 쓰니 아주 탄탄한 시인이다. 게다가 부지런하다. 그러니 시도 잘 쓰고 일도 잘한다. 일도 아무 일이나 잘한다. 무슨 일이든지 맡았다하면 똑 소리나게 해버린다. 시인 오유균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몹시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렵게라도 표현해보자면 ‘인재’다.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다.


이번에 진주에서 ‘진주가을문예’ 당선자 시상식이 있었다. 이번 시상식은 20주년 기념식을 겸해서 여러가지 할 일이 많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많은 노고를 했지만 오 시인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안 될 뻔했다. 그 여러가지 일이라는 게 역대 수상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진주 가을 문예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는데 역대 수상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그 연대를 계속 이어간다. 그러니 20주년 기념식을 그 수상자들이 준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히 일을 하자면 좀 말이 많을 것인가. 나름 한 가닥씩 하는 시인 소설가들이 모였으니 의견은 많고 실무자는 귀해서 자칫, 배가 산으로 갈 판이었다. 그런 때에 우리 오 시인은 이쪽 저쪽을 이어며 조율을 하고 조정을 했다. 말이 조율이고 조정이지 에라이, 빌어먹을 하고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고 기어이 행사가 행복하게 마무리되게 했다.

어떤 잔치에서나 가장 수고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냥 넘기기엔 그의 노고가 너무 아쉬워 이렇게 몇자 적어 기념하고 싶다. 처음 그의 노고는 기념 문집을 내는데 어떤 출판사에서 책을 낼 것인가 라는 문제에서 빛을 발했다. 한쪽에서는 상업출판을 고집해서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제법 잘나가는 출판사에서 번듯하게 출판을 하자는 것이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역대 수상자들 중에 출판사를 하는 사람한테서 출판을 해서 경비도 아끼고 동료 수상자도 돕자는 의견이었다. 문제는 상업출판을 하자는 쪽이 굳이 말을 하자면 기득권 입장이어서 힘이 세고 다수였다. 다른 쪽은 혼자서 다수를 설득을 해야 하다보니 역부족이었다. 역부족을 메꾸려다 보니 이 혼자는 소위 ‘깽판’ 쳐버렸던 것이다. 아주 쌍욕을 하고 다 죽이겠다고 되지도 않는 생쇼성 협박을 함으로써 제대로 거시기를 쳤다.

사람 마음은 다 한 가지다. 경비도 아끼고 동료도 돕자는 의견에 모두 찬성이었지만 다들 바쁘다보니 어찌어찌 몇 몇이 편한(?) 방법으로 일이 진행될 뻔했을 뿐이었다. 다만 이 한 사람이 거시기를 쳐버렸으니 다수는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근데 오 시인의 고민은 이 한 사람이 쌍욕을 하고 폭언을 한 것만이라도 사과를 하면 일이 좀 순조롭게 풀릴 낌새가 보이는데 이 한 사람이 사과도 안 하겠다고 똥고집을 피우는데 있었다. 게다가 양쪽 다 수상 선배였으니........ .

사정이 이랬으니 우리 오 시인의 마음고생이 오죽했으랴. 책은 내야하고 큰 선생님들이 아실까 마음을 졸였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자존심은 호주머니쯤에 깊숙이 넣어두고 이쪽저쪽을 달래고 얼러서 책을 동료 출판사에서 냈다. 그 외에도 영상물을 제작해야지 자료를 수집해야지. 게다가 회사일은 일대로 해야지 시는 시대로 써야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시인은 선배들이 의견 충돌로 더 이상 싸우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이래도 저래도 예, 예, 했다.

오 시인은 모든 궂은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하면 끝이었다. 수상자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이젤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화환을 전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운영 위원장님과 정하는 것까지 오 시인의 마음과 발품이 안 들어가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동료들이 수고한다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아입니더!” 그 한 마디면 끝이었다. 일을 함에 있어서 그 속도와 순발력은 가히 신의 경지다. 그리고 동안이다. 하도 동안이라 나는 그가 20대인가 싶다. 이걸 좀 실었으면 하고 보면 어느새 그가 싣고 있었다. 이러다간 그의 일솜씨만 자랑하다 끝나겠다. 그의 시가 더 좋은데.

그의 시를 읽으면 왠지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오유균 시인의 시 <구지가>의 전문이다.

라이터에 불이 붙지 않는다고 쌍욕을 하던 아버지는 딱, 아홉 개의 구름을 피워 올렸다 아홉 줄 소나기가 내리고 번개가 치고 맑아졌다 동네 입구에서 술에 취해 오줌을 바지에 붙여 온 그날, 아버지는 구름이 되었다 술집 간판과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나를 낳고 내가 아홉 살이 되던 해까지 딱, 아홉 번 서로를 불렀다/ 나보다 아홉 살은 어려 보이는 아버지와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관뚜껑에 못을 박는다 담뱃불을 깔고 앉아 서로의 얼굴에 오줌을 채운다 바람 불고 복숭아 꽃잎이 살을 스친다 벌어진 살 속으로 못대가리 앉는다 바지 속이 뜨뜻해진다

시인 오유균의 밝은 모습과 시의 슬픔이 겹치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우리 오유균 시인이 더 행복해졌으면 너무 좋겠다. 더 좋은 시를 더 많이 많이 생산했으면 더 더 더 좋겠다. 그리고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유한 시인 오유균을 깊이 기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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