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과 사물
풍물과 사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20 18: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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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ㆍ시조시인

타악기가 주가 되어 있는 우리 전통 음악인 풍물은 우리 민족의 삶과 민족성을 잘 나타내어 주는 합주가 아닌가 보아진다.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펼쳐지는 지신밟기의 주된 것도 풍물패들의 음악이고, 옛날에는 추수가 끝나고 나면 들판에서 벌어지는 감사의 놀이도 풍물패들의 음악이었다. 그래서 일제는 우리 풍물패들의 이름을 비하하여 농악패라고까지 하였다고 한다.(다르게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래서 일까? 가끔 나이든 어르신들은 풍물을 농악이라고 하시곤 한다. 아마도 많이 듣고 입에 익어서 일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자란 곳은 150여 가구가 사는 제법 큰 농촌마을이었다. 지금은 주민수가 많이 줄었지만,… 정월 초하루가 되면 친척집에 세배를 끝내고 친구와 먼 친척집에도 세배를 다녀왔다. 그리고 며칠이 되지 않아 마을 청장년들이 모여서 지신밟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동네에서는 매구를 친다고 하였는데, 아이들은 지신밟기를 하는 풍물패들의 뒤를 어깨춤을 들썩이며 좋아라 따라 다녔다. 집집마다 부엌부터 장독대를 지나 뒤뜰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풍물패가 지신밟기를 하는 것이었다. 정월 대보름까지 지신밟기는 이루어졌다. 꽹과리의 상쇠를 선두로 하여 징, 꽹과리, 장구, 북, 그리고 소고패에다가 보조하는 짐꾼까지 한 무리가 되어 한마당 놀이와 함께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혹자는 북을 구름에, 장구는 비, 징은 바람, 그리고 꽹과리는 천둥에 비유하여 악기를 우리 자연이 이뤄내는 조화에다가 덧붙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풍물 악기가 타악기지만 자연과의 조화를 이뤄내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게 하는 것이겠죠.

이렇게 풍물이 발전해오다가 근래에 들어서 사물놀이가 태동을 하게 되었다. 즉 풍물패의 징, 꽹과리, 장구, 북이 이뤄내는 화음을 뜻하는데 풍물은 서서 진을 짜고 다양한 판을 벌이는 것이라면, 사물은 앉아서 화음을 이뤄내는 것이죠. 요즈음 초등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교가 풍물(선 반이라고도 함)과 사물(앉은 반이라고도 함)중에서 하나를 배우고 있다. 풍물을 하는 학교에서의 아이들은 풍물을 대부분 운동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이들 힘들어 하였다. 하지만 사물을 하는 학교에서의 아이들은 실내에서 하는데 풍물보다는 쉽게 하여서 힘을 들이지 않아 좋은 것 같았다.

풍물과 사물놀이의 대회가 곳곳에서 이루어지는데 전국대회도 있고, 도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와 시·군내에서 하는 대회도 있다. 요즈음의 많은 학교는 풍물보다는 사물놀이를 선호하여 대회에 나오는 팀도 사물놀이가 더 많다. 다양한 여건 때문에 그럴 것이라 여겨지는데 풍물이 사물놀이보다 더 많이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풍물놀이 수가 적으므로 대회도 영역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 아니라 풍물과 사물을 같이 해서 대회도 하고 시상도 한다. 그러면서 풍물에다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작년 개천예술제때의 풍물놀이를 본 기억이 새롭게 난다. 진주성내에서 삼천포 12차 풍물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보는 관중들도 어깨춤이 들썩이는 것이 마음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저절로 신명이 나고 관중과 풍물패가 하나가 되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풍물놀이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달은 것이었다.

한 달 쯤 전에 주최한 풍물놀이에 우리학교에서는 사물놀이가 참여를 하였는데 다른 학교와 차별적인 것은 중간에 태평소를 불어서 더 신명을 북돋는다는 것인데 십여개 학교 중에서 중간이상의 성적으로 입상을 하였다. 하지만 하는 학생들의 표정이나 음악에 푹 빠져드는 것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에 집중을 한다면 충분이 그렇게 될 수 있는 우리전통 음악인데 말이다.

우리들의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풍물이나 사물을 배우면서 조상들의 음악적 감정이나 신명을 몸에 익혀서 그저 근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여 자연이 내는 소리와 함께 하는 음악임을 알고 표현하면 좋을 것이다.
음악도 생활도 항상 자연과 함께 숨 쉬고 느끼고 맞추어 가는 조상들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우리 청소년들도 익혀서, 자연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여유를 갖으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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