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소욕(淸靜少欲)
청정소욕(淸靜少欲)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28 18: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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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중국 고대에는 기서(奇書)라고 불리는 세 가지 경전(經典)이 있는데 그중 첫째는 ‘역경(易經)’, 그 다음은 ‘도덕경(道德經)’, 마지막이 ‘황제내경(黃帝內經)’이다. 이 세 가지 경전은 현대인이 한 번쯤은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필독서이다.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인 ‘황제내경’에 보면 “정신을 고요하게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히 하며 욕구를 적절한 상태로 유지하는 자세를 청정소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정신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안히 먹으면 피부와 체표면의 근육이 꼭 닫히게 함으로써 양기가 밖을 보호하게 하면 아무리 큰 바람이나 매서운 독이라도 몸을 상하게 할 수 없다. 또 마음이 편안하면 욕구가 적절한 상태에 이르고 마음이 안정되면 두려움도 없어진다”고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즉 마음을 번잡하게 하는 온갖 세상사를 마음 밖에 두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서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적게 가지면 많이 얻을 수 있으며 많이 탐하면 오히려 유혹에 빠진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생긴 것은 다 무엇 때문일까? 혹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닐까? 고민과 문제가 있는 삶이 어찌 기쁠 수 있겠는가? 물론 한가로운 삶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인생관을 세우고 마음의 고요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빈손이며 세상을 떠날 때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다. 이것은 아무도 바꿀 수 없는 영구불변의 법칙이다. 이렇게 인생관을 제대로 세우고 마음이 안정된 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중국 송나라 시대의 대문호(大文豪)인 소동파(蘇東坡)는 자주 관직을 박탈당하고 귀양을 가는 등 평생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다. 소동파가 한번은 지금의 양저우 남부에 해당하는 과주(瓜洲)라는 지역으로 좌천되어 가게 되었다. 그러나 마침 불교를 배우기 시작한 터라 좌천된 삶을 비관하기보다는 스스로 마음을 비워 평안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때 소동파는 장강 남쪽, 오늘날 진강 금산사라 불리는 절의 주지승이었던 불인(佛印)을 알고 지냈다. 소동파는 그에게서 불교의 도를 배우면서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세상의 욕망을 없앨 수 있었다. 그 때 시 한수를 지어 시중드는 아이를 시켜 장강을 건너 불인대사에게 보냈다.

부처에게 머리 숙이니 백호의 광명 두루 비치며 팔풍의 모진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자금색 연꽃 위에 단정히 앉아 있네. 이 시를 읽은 불인대사는 ‘헛소리!’라고 답장을 써 보냈다.

이에 단단히 화가 난 소동파는 불인대사에게 따져 물으려고 직접 장강을 건너가 불인대사에게 “평소 대사와 나의 관계가 무척 두텁다고 믿어 왔고 내가 쓴 시도 손색이 없었거늘, 어찌 대사는 칭찬은 고사하고 ‘헛소리!’라며 불쾌하게 답을 써 보냈소?” 불인대사는 큰소리로 하하 웃으며 “팔풍의 모진 바람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는다더니 ‘헛소리’하나에 이리 강을 건너셨습니까?”

이처럼 마음의 평안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시각각 이러한 평안과 화평, 욕심 없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해야만 온갖 욕망과 불필요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중국 불교협회 회장인 일성(一誠)대사는 “현대인은 못 먹어서 죽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죽습니다”라고 했다. 이 얼마나 심오한 말인가! 현대인의 대부분들이 심리 문제가 이처럼 지나친 탐욕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닌가? 탐욕을 부릴수록 어려움이 많아지고 삶의 어려움이 많아질수록 탐욕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도덕경’에서는 우리에게 “적게 가지라”고 말했다. 또 ‘황제내경’에는 미기식(美其食), 임기복(任其服), 락기속(樂其俗)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미기식은 무슨 음식이라도 달게 먹고 기쁜 마음을 유지한다는 말이며, 임기복은 어떤 옷을 입든지 옷의 질이나 가격에 상관없이 편안하고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좋은 옷이 된다는 말이며, 락기속은 자신의 습관, 자기가 사는 곳의 환경이나 풍속을 즐기고 만족할 때 비로소 마음의 기쁨을 회복한다는 말이다. 청정소욕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자.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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