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언젠가는 되겠지!
골프, 언젠가는 되겠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30 18: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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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주변에 ‘골프, 언젠가는 되겠지’, 혹은 ‘그 날(님)이 조만간 올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공을 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언제가 언제일지도, 그 날이 올지도 아니 올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하도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혹시 레슨(lesson)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3개월 정도 길어야 6개월 정도 받았다고 한다. 거의 1년 이상 넘긴 사람은 없다. 아마도 십중팔구(十中八九)는 3개월 레슨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레슨 비용 부분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레슨을 처음 받으려면 신발과 장갑을 구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연습장 사용료 포함해서 1개월에 약 25∼30만원 정도가 든다. 3개월만 잡아도 초기 비용만 100만원선이다. 실내나 스크린골프장의 연습장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녹녹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고 얼마만큼 열심히 할 수 있느냐, 얼마만큼 집중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고작 3개월 예상하면서 과연 몇 번이나 가서 연습했는지 반드시 돌이켜 봐야 할 일이다. 1주일에 3번쯤 갔으면 다행이다. 레슨을 받다보면 빠지기 위해서 허리가 아파서, 시간이 없어서, 회식이 있어서 심지어는 상가(喪家)에 간다면서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도 죽여야 하거나 죽은 사람을 몇 번씩 들먹여야 하는 등 별별 핑계를 대야한다. 그래놓고 3개월이 지나고 나면 당당히 골프채를 들고 혼자서 휘둘러댄다. 어마어마한 투자로 골프를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행복의 길은 고사하고 불행의 길로 가는 시초가 되는 것이다.


골프!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운동이 아니다. 오늘도 내일도 고민하면서 집중해야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는 운동이다. 그런데 레슨 3개월 남짓으로 얼렁뚱땅 시작하려면 시작조차 않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의 시작이다. 주변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골프를 시작하면 안되겠냐고 상담을 받는다. 필자의 대답은 뻔하다. “하지마세요!” 왜 길고 긴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주변에서 다들 하니까’라고 말한다. 결국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한다는 것이다. 천만에 말씀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클럽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용과 시간 적게 들이고 건강해지니 골프보다 몇 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골프를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하고 있고, 스크린골프라도 시작해 보겠다는 심정 그리고 삶의 우월감(優越感)이나 자존감(自尊感)의 표출(表出)로서 시작할 수 있겠으나, 시작의 자세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골프가 그렇게 만만치 않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영화 역린(逆鱗)의 명대사에서 볼 수 있다. 중용(中庸) 23장의 현대적 해석이라지만 매사에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골프, 언젠가는 되겠지’는 ‘안된다’는 말이며, ‘그 날이나 그 님이 곧 올거야’라는 것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임을 안다. 더구나 골프 라운드하면서 경계해야 할 동반자도 있다. “난 스코어(점수)에 초월해!”, “난 그냥 즐기기 위한 골프하니 이해해줘!”, “난 목숨 걸고 공치는 인간들 보면 이해가 안돼!” 그렇다! 자연과 동반자를 벗삼으며 유유자적(悠悠自適) 골프장을 거니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직 필자는 이와 같은 경지에 오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적어도 한타 한타에 정성을 쏟아야 하는 사실은 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골프의 시작, 배움 그리고 연습에 지극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경계하거나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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