념담허무(恬淡虛無)
념담허무(恬淡虛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04 19:1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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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세상 일체의 명리(名利)를 떠나 마음을 무아(無我)의 경지에 둠.’ 이라고 ‘한한대자전(漢韓大字典)’에서 풀이하고 있으며,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하면 참된 기운이 과불급이 없어 순조로워지고 기(氣)가 스스로 제 갈 길을 간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염담(恬淡)이 말하는 것은 마음의 평안함과 사적인 욕망을 줄이라는 것이고 허무(虛無)는 더 높은 단계로 마음이 순수함을 회복하여 불순물이 제거된 단계를 말한다. 이는 공자의 ‘인애(仁愛)’와 노자의 ‘허무(虛無)’와 석가모니의 ‘허공(虛空)’의 경지가 한데 모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음의 순수함은 건강과 기쁨과 지혜의 발원지이자 인생에서 가장 미묘하고도 고명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절이나 교회나 성당이나 기도처를 찾아다니는데 신들이 자신을 보호해 주기를 바라고 가는 것이라면 그 동기와 목적이 어쩌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신들에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비는 것보다는 더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스스로 마음을 돌아보고 깨끗이 씻어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렇게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절이나 교회나 성당이나 특별한 기도처에서 할 게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순간순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깨끗하게 해야만 진정 즐겁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마음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것은 양생에서 도달해야 할 최고의 경지이다.

중국의 안후이성의 통청현에는 ‘류츠샹(六尺巷)’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인문학 명소가 있다. 그곳에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생각하라(做退一步想).’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 청나라에 장영(張英)이라는 이름의 대학자가 통청현 부근 지역에 살았다. 하루는 그가 친척으로부터 서신 한 통을 받았는데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터라 무척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서신에는 그가 기대했던 정겨운 인사는커녕 옆집과의 다툼을 중재해 달라는 청탁만 적혀 있었다. 친척이 이번에 집을 새로 짓게 되었는데, 마침 그의 이웃도 집을 증축하게 되면서 양쪽 집안의 담이 거의 붙어 버려 골목이 아예 사라질 정도로 여유 공간이 없어지고 말았고, 이로 말미암아 다툼과 갈등이 커졌으니 권력을 이용해 이웃이 양보하게끔 조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장영은 간만에 천리 길 밖 친척이 서신을 보내온 것이 한낱 사소한 청탁 때문이라는 사실에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시를 적어 보내며 실망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천 리 길 넘어온 서신이 고작 담장 이야기니 삼척(三尺)을 양보한들 어떠하리. 그 옛날 만 리 길, 장성도 지금 눈앞에 있지만 장성을 호령하던 진시황은 지금 곁에 있지 아니하네. 만리장성은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지금도 그 위용을 자랑하면서 건재하지만 그 옛날 만리장성의 중건을 지시했던 진시황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러니 그깟 담장 하나 때문에 죽기 살기로 다툴 것은 무엇이며 이웃에게 삼척을 양보한들 무슨 큰 이변이 있겠느냐! 회신을 받은 친척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면서 좁은 도량을 탓하고 즉시 이웃에게 삼척 공간을 양보하겠다고 전했다. 공간을 양보 받은 이웃도 감동을 받아 자신도 덩달아 담장을 삼척 뒤로 물려 공간을 양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골목의 너비는 도합 6척(尺)이 되었고 후에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 류츠샹, 즉 ‘여섯 자 골목’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문이나 기둥에 걸린 대련(對聯)에 종종 양삼분풍평랑정 퇴일보해활천공(讓三分風平浪靜 退一步海闊天空) : 잠시만 참으면 바람과 파도가 잠잠해지고 한발만 물러서면 바다와 하늘이 한없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진다. 능수고방위지사 능흘휴불시치인(能受苦方爲志士 能吃虧不是癡人):고생을 능히 당할 줄 아는 사람은 뜻이 큰 선비이고 기꺼이 손해를 입을 줄 아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마음을 평화롭고, 기쁘고, 선하게 먹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은 건강하고 장수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六十 干支 중 33번째이다. ‘丙’은 ‘赤’이므로 ‘빨간원숭이의 해’이다. 적색은 오행(五行)중 불,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뜻하고 원숭이는 움직임과 눈치가 빠르며 잔꾀와 다양한 재치가 있어 지혜의 상징이니 금년한 해가 우리 모두에게 재치와 지혜가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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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고무신 2017-09-18 14:18:38
<황제내경,인간의 몸을 읽다>, 장치정/오수현 옮김.판미동 P104~106 그대로 옮겨옴. 출처 미기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