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정육욕(七情六欲)
칠정육욕(七情六欲)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18 18:5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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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칠정(七情)은 사람이 가진 일곱 가지 감정이며 육욕(六欲)은 사람이 가진 여섯 가지 욕망을 말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칠정을 희(喜:기쁨)·노(怒:분노)·우(憂:근심)·구(懼:두려움)·애(愛:사랑)·증(憎:증오)·욕(欲:욕심)이라 하고, 유가(儒家)에서는 희(喜:기쁨)·노(怒:분노)·애(哀:슬픔)·구(懼:두려움)·애(愛:사랑)·오(惡:미움)·욕(欲:욕심)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불교는 인도에서 전파되었기 때문에 번역되는 과정에서 그 용어들이 다른 형태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칠정에서 말하는 근심(憂)은 슬픔(哀)으로, 증오(憎)는 미움(惡)으로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불교와 유교에서 말하는 칠정은 거의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최초의 의학 이론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희(喜:기쁨)·노(怒:분노)·우(憂:근심)·사(思:사려)·비(悲:슬픔)·공(恐:두려움)·경(驚:놀람)이라고 했다.

육욕은 생존의 본능, 입으로는 음식을 먹고자 하고, 혀로는 맛을 보며, 눈으로는 세상 모든 것을 보고자하고, 귀로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으려고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욕망들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므로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 중국 전국시대, 잡가(雜家)의 대표작인 ‘여씨춘추(呂氏春秋)’의 ‘귀생(歸生)’에서는 가장 먼저 육욕에 대한 개념이 언급되고 있다. 즉 인생을 온전히 하는 것이란 바로 육욕이 적절하게 충족되는 상태라고 했다. 또한 동한시대의 철학자 고유(高誘)는 생(生:삶)·사(死:죽음)·이(耳:듣는 것)·목(目:보는 것)·구(口:맛을 보는 것)·비(鼻:냄새를 맡는 것)라고 해석했다. 불가(佛家)에서는 색욕(色慾:빗깔에 대한 탐욕)·형모욕(形貌欲:미모에 대한 탐욕)·위의자태욕(威儀姿態欲:걸음걸이나 태도의 애교에 대한 탐욕)·언어음성욕(言語音聲欲:말, 음성, 노래 소리에 대한 탐욕)·세활욕(細滑欲:부드럽고 깨끗한 살결에 대한 탐욕)∙인상욕(人相欲:좋은 인상에 대한 탐욕)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은 종종 정욕(情欲)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정과 욕은 각각 다른 범주의 개념이다. 정은 주로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의 표현이므로 심리 활동의 범주에 속하지만 욕은 주로 사람의 생존과 삶의 향유에 대한 욕구를 가리키므로 생리 활동의 범주에 속한다. 즉 정이 지나치면 마음이 상하고 욕이 지나치면 몸을 상하게 되는데, 이는 정이 마음에 속하고 욕이 몸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과 욕은 분리할 수 없으며 상호 작용을 통해 전환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칠정육욕은 인류의 기본적인 심리적 감정이자 생리적인 요구이며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하겠다. 그래서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지나치게 칠정육욕을 따르면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하고 있다.

분노가 과하면 간이 상한다.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인물 중 오나라의 주유(周瑜)는 재능이 많고 용맹한 대장군이었다. 그러나 마음 씀씀이와 도량이 좁아 촉나라의 제갈량(諸葛亮)이 자기보다 더 지혜롭고 모략이 많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 곧잘 화를 내곤 했다. 그래서 주유는 ‘하늘은 주유를 낳고서 또 어찌하여 제갈량은 낳았던가?’라고 한탄하면서 분노를 누르지 못하여 결국 피를 쏟고 죽었다.

지나치게 기뻐하면 심장(心臟)이 상한다. 기쁨은 좋은 감정에 속하는 것인데 왜 심장을 상하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과도하게 기뻐하면 기(氣)가 흩어진다는 것이다. ‘유림외사(儒林外史)’에 보면 늦깎이 수험생 범진(范進)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과거에 수도 없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을 했는데 50세가 된 나이에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합격통지를 받고 너무 기뻐한 나머지 정신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그것은 과도한 기쁨이 심장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생각이 지나치게 많으면 비장(脾臟)의 기운이 엉킨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500명의 위장병 환자 가운데 발병 원인이 정서적인 문제, 즉 지나치게 많은 고민이나 걱정 때문인 경우가 74%에 이른다는 분석결과는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나치게 슬퍼하면 폐(肺)의 기능이 균형을 잃는다.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놀라면 신장(腎臟)에 무리가 간다. 라고 했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와 ‘과도하게’를 유념해야 한다. 우리 모두 칠정육욕을 잘 다스려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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