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민간재단 진주가을문예 공모전 수상작 발표
순수민간재단 진주가을문예 공모전 수상작 발표
  • 김봉철 기자
  • 승인 2011.11.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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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성문화재단 가을문예 운영위원회는 ‘제17회 진주 가을문예’ 수상자로 시 부문에 오유균 作 ‘흑잔등거미’가, 소설 부문에 황혜련 作 ‘우리 염소’가 선정되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31명의 시인·작가를 배출한 ‘진주 가을문예’는 순수민간재단에서 실시하는 유일한 문예공모로 새로운 자기 개성과 문맥, 당당한 자기 목소리가 담긴 작품을 찾아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매년 가을에 공모·시상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4시 진주교육대학교 교육지원센터(7층 702호)에서 열릴 예정이며  시, 소설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당선 作 오유균 ‘흑잔등거미’

달덩이가 창에 붙어 누런 진액을 흘렸다 어머니는 마른 풀잎 같은 기침을 자주 뱉었다

그때마다 등잔불이 가늘게 흔들렸다
밤이면 대숲이 빈 몸으로 울었다 돌아누운 어머니 등은 무덤처럼 둥글고 검었다

해질 무렵, 어머니는 마을로 내려가 기울어진 달을 이고 올라왔다
휘어진 산길을 돌아서면 바람이 나무숲에서 스스슥 소리를 내었다

산새는 검고 깊게 울었다 부른 노래를 또 부르며 어머니 옷자락을 잡고 걸었다
가끔씩 바구니에 담긴 달이 흘러 어머니 얼굴에 줄을 쳤다 내가 아는 노래는 너무 짧았다

낯선 도시 떠다니는 동안 닿지 않는 나를 향해 줄을 내리고 기다림을 익혔다
허공에서 길을 놓친 그날, 햇빛이 들지 않는 습한 방에 담겨 둥글고 검은 울음을 울었다

골목 돌아서서 벽을 후려칠 때  낮게 걸려있는 집 한 채  턱을 박고 체액을 빨고 있는 내가 보인다
어머니가 몸을 푼 집  오그라드는 몸에서 내린 저, 질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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