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1
찻집 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22 18: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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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ㆍ시조시인

먼 산에 내린 눈이 녹기 시작하더니 봄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자연의 섭리따라 동식물이 숨을 고르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 훈훈해지고 따스한 기운이 스멀대기 시작한다. 추위에 움츠리던 마음이 느긋해지고 풀리니 봄의 경치를 보면서 차를 한잔 마시고 싶다.


나는 예전에 차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고 별로 잘 마시지도 않았다. 그런데 하동 화개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 부터는 차를 가까이 하고 자주 마시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화개골에는 골짜기가 거의 차밭이다. 그리고 많은 차를 생산한다. 주로 녹차-어떤 분은 녹차라고 하는 것 보다 우리의 순수한 말로 작설차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를 생산하는데 요즈음에는 다양한 차도 곁들여 내 놓는다. 간단히 마실 수 있는 발효차는 중국의 홍차보다 더 실용적이고 좋은 차라고 말하고 자부심을 갖는다. 그래서 일까? 화개골 곳곳이 찻집이다. 집집마다 다른 분위기로 다른 맛의 차를 내어 놓는다. 화개라고 하면 전국에서 화개장터로 더 유명하게 알려진 곳이다.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래가 히트송이 되면서 일 것이다. 그래서 근래에 화개장터가 불이나고 새롭게 단장해서 개장하면서 옛 우체국자리에 조영남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그 갤러리에는 조영남의 그림들이 1층과 2층 그리고 별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1층에는 찻집도 문을 열었다. 그 찻집에서 차를 마실 기회가 있어서 직원 몇이서 차를 마셔 보았다. 그 찻집에서는 다양한 차를 내어 놓고 맛을 보게 하였는데 녹차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든 다양한 차를 맛보여 주었다. 조영남의 그림을 감상하고 차의 향을 느끼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은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고 여유를 갖게 하는 힐링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정한 사람이나 친한 사람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찾는 우리의 삶은 화개골의 또 다른 맛이 될 것이다.

나는 또 가끔 아내와 함께 진양호의 주변을 도는 나들이를 가곤 한다. 진양호 댐을 지나서 수곡 가는 길로 차를 타고 천천히 가노라면 푸른 물결들이 넘실대고 진양호 변두리에는 물에서 자생한 많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나고 있다.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멋이랄까? 하나도 꾸밈이 없는 듯 그 모습에 눈이 떨어질 줄 모른다. 그렇게 달려서 가다보면 주변에는 계절에 따른 다양한 모습들이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수대교를 지나면 찻집이 몇 집 자리잡고 여유를 찾는 손님을 부른다. 우리는 가끔 ‘언덕 위의 하얀집’에 들러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진양호의 호반에서 날아드는 다양한 물새떼들과 나무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자연을 느끼면서 삶의 여유를 찾곤 한다. 그러면 겨울엔 주인장이 나무 난로에서 고구마를 구워서 내어 놓는다. 뜨끈 뜨끈한 고구마를 껍질을 벗기고 후후 불면서 먹는 맛은 옛날 어릴 때 구워 먹던 고구마의 맛을 되살리곤 한다. 차 한잔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팍팍하게 살아가는 요즈음의 삶에서 여유와 함께 건강한 삶에 대한 충전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시 진양호의 호숫가를 돌아서 청동기 시대의 유적을 모아 놓은 청동기 유물 전시관을 가끔 들르기도 하면서 흘러가는 계절의 생동감을 느껴본다.

차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여유는 우리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게 하고 우리 몸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요즈음의 대부분의 젊은 층들과 도시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더욱 선호하고 찾는다. 우리가 말하는 녹차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비슷한 차의 종류인 커피라도 마시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인지 모른다. 더 여유롭고 윤택한 삶을 찾고자 한다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찻집을 찾아서 차향을 느끼면서 천천히 차를 음미하고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 속에 녹아들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우리도 휩쓸려가는 것은 삶에 대한 맛을 모르고 사는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식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차향이 입술에서부터 서서히 녹아들어 온 몸으로 퍼져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내일은 시간을 내어서 그 찻집에 앉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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