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소리가 마을을 살아있게 한다
아이들의 소리가 마을을 살아있게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03 18: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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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내가 어렸을 때에는 학교고 마을이고 아이들이 넘쳐났던 것 같다. 2학년때에는 오후반이 있어서 점심때에 학교에 갔었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을에 오면 아이들이 많아서 마을 앞 자그마한 동산에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서 축구를 한다던지 아니면 발야구를 하는 등 아이들의 소리가 온마을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아이들의 소리가 거의 없는 마을로, 학교는 폐교가 되었으니 세월의 덧없음을 실감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그런대로 큰 마을인데 말이다.


그때에는 온 마을 구석 구석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잡기놀이에서부터 나무를 가지고 하는 칼 싸움 등 다양한 놀이를 하였기 때문에 마을의 구석구석을 모르는 데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골목마다 아이들의 소리가 배여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었다. 학교에서도 운동장에는 많은 아이들이 뛰어놀아서 운동장 뿐만아니라 학교 뒤뜰 등 구석구석에서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마을과 학교는 아이들의 소리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2016년이라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많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사회의 일꾼으로 살더니 다시 은퇴의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뛰어놀던 마을과 학교는 아이들의 소리가 사라지고 적막감이 감돌기 까지 한다. 어떤 마을은 아예 젖먹이 애들의 울음소리 뿐만아니라 초등학교의 아이들의 소리조차 들을 수 없으니 마을이 조용하기만 하다. 가끔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만이 마을을 드나들뿐이고, 시골의 학교는 학생수가 감소하여 언제 학교가 폐교될지 모를 판이다.

나라는 경제적 원리만 내세워 학교를 통폐합하여 아예 많은 폐교를 만들고 있다. 학교가 있던 자리의 폐교는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하고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유리창이 깨어지고 거미가 줄을 쳐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묵혀진 교문을 들어서면 아이들의 뛰어놀던 소리들이 바람따라 들려올 것만 같은데…, 또 교실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공부하던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막 쉬는 시간이 되어 운동장으로 뛰쳐나올 것도 같은데… 빈 공간에 바람소리만 새들의 외로운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그래서 인지 마을도 죽어 있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요즈음 가끔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농촌으로 귀농을 하곤 하는데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없어져서 농촌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하여 많은 고심을 하게 되고, 결국은 포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도시의 아이들이 자연을 벗삼아 작은 학교에 다니다 보면 인성이 바르게 길러지고 올곧은 사람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그러면 인성교육에 대한 고뇌는 없어지게 될 것이고 말이다. 지금의 현실을 보지말고 미래의 밝은 사회를 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오래지 않아 농촌의 마을을 지키던 나이 많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사람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농촌의 마을을 살리는 방법은 아이들의 소리가 얼마나 들려오느냐에 따라 가능하다. 어린 아이의 우는 소리,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 들이 들려오는 마을은 마을의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생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을이 살아 있는 듯하다. 학교도 아이들이 뛰어놀고 공부하는 소리가 들리게 되면 생동감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자꾸만 줄어드는 인구에 학교마저 없앤다면 우리의 농촌은 비폐 해지고 삭막해지고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되고 말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이득이 없을지 모르지만 마을마다 자그마한 학교라도 살려놓아서 입학할 학생이 생기면 문을 열고, 학생이 없으면 문을 닫는 융통성을 부린다면 농촌의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귀농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고, 마을도 살아나게 될 것이다. 우리 농촌의 마을들은 이제 늙은 분들만 모여서 살고 있는 노쇠한 마을로 전락하고 있다. 가끔 명절이나 행사가 있으면 자손들이 모여서 북적이고 살아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평상시에는 적막한 마을이 되고 있으니…

마을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오도록 해서 살아있는 마을로 되돌리도록 정치를 하는 사람들과 교육을 하는 사람들, 행정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제를 하는 사람들 등 모두가 노력을 하여야 한다.

어느 농촌 마을이라도 들어서면 아이들 웃음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마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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