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그리고 윤봉길 의사
이순신 장군 그리고 윤봉길 의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28 19: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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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고 29일은 윤봉길 의사의 의거일이다. 1545년과 1932년의 역사로 387년의 세월과 국내와 국외라는 공간의 차이가 있으나 한 분은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한 분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신 것에는 차이가 없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무패 연전연승에 환호한다. 나아가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된 억울한 옥살이와 조선 수군의 괴멸이라는 참담함을 딛고 일어서 나라를 지키신 불굴의 철인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라 섬세하고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이셨다. 장군은 당신의 흰머리를 뽑을 때도 연로하신 어머님에게 죄송스러워 하는 아들이었다. 더위 먹은 막내아들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에둘러 부인의 노고를 위로하는 평범한 아버지이며 지아비이었다. 무섭도록 청렴하셨으나 주변의 손가락질을 감내하면서까지 아버지 없는 조카들을 부양하는 집안의 어른이었다. 부하 사병의 시신을 정성껏 염하고, 전사한 휘하의 장졸들에게 정중하게 제사를 올리는 지휘관이었다. ‘난중일기’에는 그때 장군의 마음이 기록되어 있다.“윗사람을 따르고 상관을 섬겨 그대들을 직분을 다했건만 부하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일, 나는 그런 덕이 모자랐노라. 그대들의 혼을 한 자리에 부르노니 여기에 차린 제물을 삼가 받기 바라노라”

서재인 ‘운주당(運籌堂)’에서는 필승의 전략을 짜기도 하셨지만, 부하들과 바둑도 두시고 함께 술도 자주 드시고 사병들의 연애 상담도 들어 주신다. 그러나 장군께서 ‘운주당’에서 하신 가장 크고 명확한 일은 필승을 위하여 숫자를 일상화 한 것이다. '난중일기'에는 회계업무가 자주 등장한다. (1592년 3월 20일) 늦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고 각 방의 회계를 살폈다. (다른 날) 홍양의 총통을 만드는 서리들이 여기에 와서 회계하고 돌아갔다. (다른 날) 오늘 군량을 회계하여 표를 붙였다. (다른 날) 아침에 군량에 대한 회계를 마쳤다. 장군은 특히 전투의 원동력인 군량과 무기에 대해서는 항상 민감하셨고 그에 대한 회계만큼은 냉혹하리만큼 철저하였다. (1594년 7월 21일) 우수사가 군량 20섬을 빌려 갔다. (다른 날) 도양의 목장에 딸린 전답의 벼가 20섬 13말 5되인데, 아울러서 13섬 14말 8되와 콩 1섬7말을 지었다. (다른 날) 둔전의 벼를 다시 된 수량 170섬을 곳간에 들이니, 줄어든 것이 30섬이다. (다른 날) 아침에 화살대 50개를 경상 수사에게 보냈다. (다른 날) 박옥, 무재, 옥지 등이 화살 150개를 만들어 바쳤다.

장졸들의 회식에도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각종 사역에 투입되는 인원과 비용을 정확히 파악해 남겨놓았다. (난중일기 1594년 4월 3일) 오늘 여제를 지냈다. 삼도의 군사들에게 술 1,080동이를 먹였다. 우수사와 충청 수사도 같이 앉아 군사들에게 먹였다. (다른 날) 재목을 끌어내릴 군사 1,283명에게 밥을 먹이고 끌어내리게 했다. 장군의 수치는 날이 갈수록 더욱 정밀해져서 청어 1130마리, 말린 생선 202두릅 등 한자리까지 정확하게 기록하신다. 끝을 직감하셨는가! 전사하시기 직전인 1598년 10월에는 지역의 백성으로부터 받은 군량미를 ‘쌀 4되’ 단위까지 적어 놓으신다. 승리에 대한 염원과 이름 없는 백성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피처럼 기록하신 것이다. 늘 숫자를 철저하게 파악하여 군량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백성들을 구휼하고, 승리를 위한 장비들을 확보했다.

윤봉길의사는 거사를 위하여 ‘홍구공원’으로 가는 택시를 타면서 김구 선생의 낡은 시계와 자신의 새 시계를 바꾸어 차고 수중의 남은 돈을 몽땅 건네주신다.

나라는 우리의 생명의 터전이니 결코 빼앗겨서는 안 될 일이다. 이순신 장군 이후, 지도층의 안일과 부패, 맹신적인 사대주의와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로 우리는 결국 가장 소중한 주권과 나라를 빼앗기고 남북은 갈라섰다. 이제 북핵의 위협은 급속히 진화하면서 우리의 목을 조이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투표용지의 인주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으르렁거린다. 각종 비리와 특히 연이어 터지는 방위산업비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찌하랴. 국민은 또다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

답은 하나뿐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에서도 따뜻한 인성과 냉철한 전략으로 환한 인격의 빛을 비추어 나와 민족과 인류를 구해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환하게 비추어주는 밝은 홍익 인성의 국민과 지구시민으로 성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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