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모 일간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 속까지 확 바꿔야,(그러나) 내가 전 면에 나설때 아니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또한 그는 말했다.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들로 새로운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야 한다 겉모양뿐 아니라 속까지 확 바꿔야 한다" 그리고 당장 당의 전면에 그가 나서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이렇게 못을 박았다. "지금 갑자기 전면에 나서라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말이 안 된다"
내가 봐도 한나라당은 바뀌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이 없이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그는 한나라당의 핵이다. 그 핵은 저 만큼 막후에 나앉아 있으면서 당만 바뀌라고? 무슨 이런 오만한 오불관언이 다 있단 말인가. 속된 말로 '니가 뭔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당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마땅히 당의 핵으로써 전면 아니라 후면 복면까지 '들어와서' 함께 피터지게 바꿔나가도 턱없이 어려운 게 쇄신이라는 것이다. 혹시 그는 자신의 입에 맞게 알아서 당을 바꿔놓으면 진성여왕이 거하게 즉위하듯 들어오겠다는 속 마음을 그렇게 말한 건 아닐까. 아니면 그는 뭔가 조급한 나머지 벌써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을 한 걸까? 그도 아니면 그 옛날부터 습관들여온 공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이 셋을 다 모아서 이루어진 의식의 소유자일까. 진짜 별 의혹이 다 든다.
정당은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사람으로 이루어진 한 가정을 예로 들 수도 있겠다. 가령 씨다른 형제와 배다른 형제가 복잡하게 엉켜있는 집안의 시어머니가 집을 나가 따로 잠시 있으면서 아무 대책도 주지 않고 집안을 확 쇄신하라고 원거리에서 요구만 한다면 그 시어머니의 속 뜻은 무엇일까. 남아서 쇄신이라는 숙제를 떠안은 식구들은 집안의 운명을 틀어쥔 그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급기야 평소 그로부터 미움을 많이 받은 사람 순으로 집을 나가야 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그 시어머니의 마음에 드는 식구들만 똘똘 뭉쳐서는 "마마, 쇄신작업이 완료됐으니 어서 다시 집안으로 드시옵소서." 그를 다시 모셔들일 것이다.
그게 무슨 쇄신이냐는 거다. 무엇이 확 바�는가. 뭐가 새로워졌느냐는 거다. 그가 말한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이 생겼나? 어쩌면 쇄신을 할 수도 있었던 에너지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속은 고사하고 겉모양까지 더욱더 옹색해졌을 분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잠시라도 나앉아 있으면 그나마의 지분만 빼앗길 뿐이다. 참으로 갑갑하다. 하다못해 저번처럼 '컨테이너 쇼' 비슷한 거라도 그녀가 '전면'에 나서서 해야돼지 않을까. 그런 식의 속임수에 국민이 속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충언을 하건데 그에겐 이번이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다. 몸을 사릴 시간이 없다. 그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져도 살아날 길이 열린다.
우리는 아직도 그가 순한 표정 그대로 순한 정치를 펼칠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쩐지 그의 순한 듯한 웃음을 보면 우리 서민들의 애환을 알아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가 뼛속까지 철저히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면 우리가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아니 절망하겠는가. 히틀러와 그의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뿐이다. 모두 특권의식과 선민사상으로 저지른 돌이킬수 없는 과오와 오점으로 오늘날까지 편치 못하다.
그가 대통령을 원한다면 보다 도 당당해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전면 후면 같은 말장난은 그야말로 꼼수일 뿐이다. 우리는 '나꼼수' 덕분에 꼼수를 알아보는 센스가 급격히 발달했다. 실은 가엾은 센스다. 이를 가엾이 여겨 최소한 꼼수만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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