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왜 로또에 열광하는가
국민들이 왜 로또에 열광하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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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하늘에는 입이 없고 사람으로 말하게 한다”는 명언이 있다. 이는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요 신(神)의 소리라는 뜻이다. 그것은 한 나라를 구성하는 분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위정자는 언제나 민중의 뜻을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는 무서운 경구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법을 몰라 범법행위를 했을 때 그걸 몰랐다고 하여 법의 제재를 벗어날 수 없듯이 정치를 하는 사람 또한 민생의 고통을 몰랐다고 하여 그런 구실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법이므로. 하여 선현들은 일찍이 선(善)은 중(衆)을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 정치인들에게 국민의 소리는 하늘과 신의 소리는커녕 달 보고 웅웅거리는 개 짖는 소리였다. 4대강사업이, 대학반값등록금이, 한미 FTA가 이 사실을 확연히 증명해 준다. 이러다보니 갈수록 미래가 불안해지는 국민들은 반서민적인 이런 정부를 신뢰하기보다 로또복권을, 특히 연금복권의 그 확률을 더 의지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급기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로또 판매중단을 권고하는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왜 연간 발행 한도 수준까지 복권 발행이 이토록 급증한 것일까. 이 원인을 캐들어 가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저 연말까지 로또 판매 중단을 권고하는 척 하는 듯하다. 발행 기관인 기획재정부가 판매금지를 단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으로 나올 것은 뻔히 예견했을 것이니.

5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복권 총매출액은 2조7948억 원으로 연간 발행한도인 2조 8046억 원에 가까운 수치다. 게다가 12월은 연말 소비심리 증대로 일반복권도 3000억 원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여 총 판매액은 3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로또복권은 3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모 일간지를 몇 년째 자전거로 배달하는 내가 아는 한 아저씨는 이 좋은 예다. 이 분은 재미로  한두 장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만 원이고 십만 원이고 그날 주머니에 돈 있는 대로 다 산다. 어떤 때는 가불을 해서라도 매주 복권을 꼭 산다. 그리고 “ 나는 세상을 이 재미로 산다”고 자랑삼아 말하곤 한다.  

이런 사람을 가장으로 둔 집이 어디 이 집 뿐이랴! 문제는 앞으로다. 한미FTA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우리 농축산업이 풍비박산 날 것이라 그때는 복권 한 장에다 자기 미래를 거는 서민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처참하고 암담할 따름이다. 

그동안 정부는 농민들에게 돈을 줘 가며 벼농사를 짓지 말라고 꼬드겼다. 마치 농사일은 빌어먹는 짓이라고 타박하듯. 그리고는 거듭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며 여기에 사활을 걸었다.

아무 힘없는 농민들은 관(官)이 주도 하는 대로 따라 문전옥답에다 코스모스니 메밀이니 하는 것들을 심어댔다. 그러자 위에서는 이를 로또 대박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댔다. 이 황홀한 놀음에 도취되어 농민들은 물에 빠지고도 여전히 배(舟)를 찾을 생각을 못 했다. 마치 개구리가 점점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이글이글 타는 장작불 솥 안에서 잘 놀고 있는 꼴 같이.

이제 한미 FTA라는 괴물이 미래의 우리 삶을 얼마나 잔인하게 갉아먹을지 모른다. 이에 대해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 준 이가 없다. 어떠한 나라도 선량한 가정생활이 있는 한 붕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인생의 의의는 거짓을 미워하고 진실을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데 있다고 믿고 싶지만 윗분들일수록 벤츠검사처럼 거짓과 손을 잡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에 더 앞장을 서니 순진한 30대 공무원만 신혼 한 달 만에 집값 때문에 자기 목을 매는 이 현실이다.

그래서 칸트는 이런 우리를 향해 오늘도 엄중한 경고를 한다. “너희들은 나에게서 철학을 배울 것이 아니라 철학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이는 철학의 이론을 많이 배우는 것보다 실제 생할에서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익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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