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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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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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렬/한국서예협회 진주부지부장
예술 활동을 하다보면 크게 두 갈레길이 나온다. 하나는 전시형태의 예술이요 또 하나는 공연형태의 예술이다. 필자가 추구하는 예술은 전시분야의 예술이다. 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서각과 장승은 서예가 필요하고 서예를 오랫동안 하게 되면 서각이 하고 싶어진다. 젊었을 때 이것저것 기웃거리니까 서예선생님께서는 한 가지라도 똑바로 하란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서 그때가 한 번씩 생각난다. 전시는 예술인들의 필수다. 전시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근간에는 전국적으로 공모전이 범람하여 수많은 초대작가를 양산하고 있지만 초대작가란 타이틀 말고는 책임져 주지 않는다. 물론 초대작가를 대접해주는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속한 몇 군데는 그야말로 작가의 앞길을 걱정해 주는 단체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갖고 있는 서예분야 초대작가증이 13개인데 이 13개가 예전에는 자랑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후회스럽다.

지나고 보니 그들의 배만 채워 줬을 뿐…. 초대작가를 배출 시켰으면 지속적인 관리가 되어 적어도 일 년에 한번은 작가끼리의 전시를 해 줘야 하는데 거의가 팽개치고 있다. 공모전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은 공모전을 운영하여 이득을 많이 보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며 사숙문화가 없어지고 학원문화가 생겨났기 때문이리라.

전시를 통해 하나하나 채워가며 발전해 가는 것이 예술의 기본이라 생각하는데 우리는 공모전에 나가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 자기의 실력을 쌓아가는 거꾸로 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항상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는 일 년 평균 6회 이상을 서예전시회에 출품하고 장승과 서각에 4회를 전시한다. 이 비용이 만만찮다. 일부는 협찬으로 충당하지만 작품으로 그 대가를 지불한다. 그러니 항상 비겁한 것 같고,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저 자세가 되고 만다. 배움의 과정에서는 그룹전시를 주로 하게 되는데 십시일반의 원칙으로 부담 없이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이 흔히 보이는 전시회이다.

그러나 개인전시를 하면 그야말로 자신의 전부를 알려야 하니까 전시 테마가 있어야 하고 장소도 중요하다. 장소가 정해지면 전시장에 맞게 작품수와 작품크기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 작품에 몰두하여 많은 시간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 것이다.

예전 서예가 대세일 때는 많은 수가 팔려 재미가 있었다지만 요즘은 서예나 그림들이 잘 팔리지 않는다. 아파트 문화가 되면서 대작은 아예 전시용으로 그친다. 그래도 예술인들은 전시를 한다. 전시 말고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자신을 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난 예술인 일수록 기획전시에 혼신을 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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