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올림픽을 즐겼는가?
아침을열며-올림픽을 즐겼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8.18 19: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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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올림픽을 즐겼는가?


지난 8월 6일 시작된 리우올림픽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13일차인 현재까지의 우리나라 순위는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로 종합 11위를 달리고 있다. 목표 순위인 10위에서 한 계단 밀린 상황이다. 아마도 믿었던 레슬링이나 유도에 종목에서 예상했던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던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하계올림픽은 4년마다 개최된다. 2012년 제30회 런던올림픽 이후 현재 2016년 제31회 리우올림픽 그리고 2020년 제32회 도쿄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결국 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 최고의 국제종합스포츠 대회인 것이다. 4년의 기다림과 인고(忍苦)의 세월을 거친 사람만이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셈이다. 이번에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은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한다. 국가대표 선발이 바로 메달로 이어지고 메달 색깔만 결정하면 된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양궁과는 달리 기타 종목에서는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아야했다. 축구, 배구, 하키, 핸드볼, 탁구에서 ‘노메달’이다.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44년 만에 노메달이라는 수모(受侮)를 당해야했다.

수모라고까지 하는 것이 너무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선수들이 그 동안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결코 과한 표현을 아닐 것이다. 운동선수로서 올림픽 출전은 최고로 영광스런 자리다. 그런데 그 자리까지는 상상하지 몰할 정도의 고난의 길을 가야한다. 4년 동안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젊음이고 청춘이다.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이들 또한 수없이 운동장을 달렸다. 지치고 쓰러지는 모습을 우리는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기도 했지만 실상은 더 고통스러운 장면의 연속이다. 이런 4년의 처절한 고통을 겪으며 이겨냈는데 제대로 힘도 기량도 발휘하지 못하고 ‘예선 탈락 혹은 노메달’이라는 쓴잔을 마신다면 그 허탈함을 어찌 표현할지 난감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라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올림픽을, 운동을, 경기를 즐기라고 조언하고 싶다. 금메달을 못 따거나 심판의 판정에 억울해서 그리고 그 동안 고생한 것이 억울해서 울지 말고 경기를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스러움으로 눈물을 흘렸으면 한다. 물론 메달의 획득과 색깔에 따라서 연금이나 포상 그리고 각종 대우가 어마하게 다름을 안다. 그런데 금메달만 바라보다가 중간에 탈락하면 어찌할 것인가? 목표가 금메달일지는 몰라도 그 목표가 올림픽 출전이라면 올림픽 무대에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않았는가!

세계인의 축제에서 지구촌의 한사람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한사람으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면 그 눈물 대신 미소를 보였으면 한다. 현재 국가대표 감독인 슈틸리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나만 얘기하고 싶다. 대다수 선수들은 학교에서 축구를 배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선수들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칠 뿐 축구를 즐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빈곤과 궁핍, 억척의 시대는 지났다. 일상이든 운동이든 즐겨야 한다. 즐기는 문화가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감독과 코치의 지시에만 따르는 선수는 그 한계가 드러난다. 국가대표 만큼의 체력과 기술을 가진 집단에서라면 승패의 좌우는 ‘집중력과 창의력’의 싸움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논어(論語)의 구절을 상기해 보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로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고 하였다. 다가올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진정으로 올림픽을 즐기는 국가대표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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