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음주단속 도주차량, 도로 위의 폭탄
기고-음주단속 도주차량, 도로 위의 폭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9.29 18: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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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도/마산중부경찰서 진동파출소순경
 

허훈도/마산중부경찰서 진동파출소순경-음주단속 도주차량, 도로 위의 폭탄


음주단속 근무를 하다보면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종종 보게 된다. 이때부터 순찰차와 도주차량의 추격전이 시작되는데 맨 정신도 아닌 음주상태에서 순찰차의 추격을 피하다보니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펼쳐진다. 무사히 안전한 곳에 정차시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결국 다른 차량을 들이박거나 심지어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키기도한다.

실제로 검문중인 경찰관이 팔을 창문 속에 끼인 채로 수십 미터를 끌려간 사례를 비롯해 해마다 음주단속 도주차량으로 인해 수많은 경찰관들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점은 음주차량의 광란의 질주가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교통안전을 위해 하는 음주단속이 오히려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운전자들은 경찰관의 지시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것일까? 현행법상 도주하는 차량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도주 후에 검거되더라도 음주운전부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을 뿐 도주부분에 대한 아무런 가중처벌이 없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도주를 시도하는 것이다. 하루 빨리 이런 도주차량 처벌에 대한 법안 개정이 절실하다.

그런데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자기부죄금지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의 범죄를 신고할 의무도 없다는 것인데 도주차량을 처벌하게 되면 결국 자기 자신의 범죄를 자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이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법안은 처벌하는 목적에 있어서 그 성격이 다르다. 자기의 음주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 괘씸해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음주상태로 위험한 차량주행을 함으로써 경찰관과 시민들의 안전을 해하는 더욱 중요한 법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처벌해야 된다는 것이다. 즉, 도주하는 순간부터 음주운전과는 별개로 새로운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된다.

일선에 근무하는 경찰관으로서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차량처벌에 대한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하루빨리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어 안전한 도로가 되기를 바라며 시민여러분들께도 음주운전을 하여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해하는 일이 없도록 거듭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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