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황매산의 억새
아침을열며-황매산의 억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7 19: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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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황매산의 억새


교대 총동문회에서 단합 등반대회를 10월 15일 토요일 열었다. 장소는 황매산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열리는 등반대회이지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근무하는 학교의 총동창회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화개면민의 날과 겹쳐서 동창회가 하루 연기되었기 때문에 참가가 가능하였다. 하동지부에서는 버스 한 대의 인원수에다가 승용차로도 몇 대 가는 인원수가 참가를 하였다. 우리학교도 분교와 함께 5명이 참가를 하여 분교장 차로 황매산 행사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버스로 간 회원은 덕만 주차장에 내려서 행사장까지 걸어서 약 1시간 반 가까이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행사장근처에서 정상까지 갔다 오기로 하였다. 행사장 근처 주차장에 도착하니 황매산의 산등성이로 억새의 하얀 깃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야 말로 장관이었다. 여태껏 황매산 하면 봄의 철쭉만 보았고 구경왔었던 기억시 새삼스러워 억새에 대하여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햇빛에 비추이는 억새의 하얀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뭐라고 표현을 하여야할지 생각이 뒤따르지 않는다.

황매산 하면 나에게는 많은 인연이 있는 산이다. 1982년 발령을 받은 이듬해 학교를 옮겼는데 대병면의 유전국민학교였다. 그런데 그 학교는 황매산의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학교였었는데 가을 소풍을 황매산 밑으로 갔던 기억이 아슴푸레히 떠오른다. 그러다가 1984년 산청군으로 학교를 옮겼는데 황매산 하나만 넘은 차황면에 있는 자그마한 금호국민학교였다. 그래서 가을소풍이면 황매산의 정상 아래에 가는 것이 관례이다시피 하였다. 고학년을 맡은 나는 산의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소풍의 즐거움을 아이들과 함께 했었다. 지금도 가끔 앨범에 있는 그때 아이들과 함께 황매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황매산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많은 시일이 흘러 나는 가족과 함께 자주 5월 초면 황매산 철쭉을 보기 위하여 황매산을 찾곤 하였는데 철쭉꽃이 핀 황매산의 모습은 붉게 타오르는 정열의 산이었다. 그래서 인지 황매산을 들먹이면 제일 먼저 철쭉이 떠올랐었다.

억새들이 줄지어 휘날리는 산허리를 가로질러 가며 우리 일행은 한 장의 사진에 간혹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며 정상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였다. 드디어 산청군과 경계지인 산등성이를 타고 테크로 만든 길을 따라 올랐다. 함양의 공부방에서 온 초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이라는데 작은 아이들이 너무나 산을 잘 오른다.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하자 아이들은 더 힘내어서 오른다. 대견스럽다. 우리도 한걸음 한걸음 더디지만 쉬지 않고 산을 오른지 약 1시간이 되어서 황매산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올랐다. 저멀리 우리들의 차를 주차시킨 주차장과 행사장이 보인다. 인증샷으로 사진을 몇 장 촬영하고 다시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오를 때보다 훨씬 수월해진 발걸음이다. 위에서 바라보는 저 아래로 몇 갈래의 길들이 꾸불꾸불 어디론가 이어져 가고 있다. 아래에서 지부 일행들이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 온다. 황매산의 정상까지 갔다 온 것이 우리의 마음엔 뿌듯함이 깃든다.

행사를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황매산의 억새가 넓게 피어난 산등성이 모습의 아름다움이 나의 가슴을 물들이고 있었다. 올 가을은 억새가 가득한 가을의 정취가 가슴에 피어날 것만 갔다. 산을 오른 많은 회원들의 마음에도 하이얀 깃털이 바람에 휘날리며 태양빛에 빛나는 억새의 모습을 가득 안고 돌아 갔으리라. 그래서 올 가을은 더욱 넉넉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활의 여유로움을 갖고 하루 하루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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